‘월드컵 4강 신화’를 창출한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과 움베르토 쿠엘류 현 대표팀 감독.
‘쿠엘류호’가 베트남과 오만에 연패하자 ‘히딩크가 그립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쿠엘류 감독이 히딩크 감독과 같이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얘기.
히딩크 감독도 초창기엔 ‘오대영’이라고 불렸다. 2001대륙간컵 때 프랑스에 0-5, 8월 유럽 전지훈련 때 체코에 0-5로 패하며 붙은 별명.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어떠한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킬러가 없다. 내가 뛸 순 없는 것 아니냐”며 골잡이 찾기에 나섰고 수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한 뒤 태극전사 22명을 확정, 한국 축구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무엇보다 그의 말이면 선수들이 죽는 시늉까지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강팀과 싸워 자신감 키우기, 체력 키우기로 팀을 조련해 성공했다.
쿠엘류 감독은 어떤가.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평을 듣는다. 그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 선수소집에서도 프로팀의 주장에 번번이 손을 들었다. 선수들의 개성을 중시하고 세밀한 축구를 강조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쿠엘류 감독에게도 고민은 있다. 월드컵 이후 축구 패러다임이 유럽식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그 첫째. 대표팀보다 프로팀 훈련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 시절처럼 감독이 대표선수 선발과 훈련 등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김호 수원 삼성 감독이 “이젠 국내 프로리그 일정과 국제대회 일정 등을 조정해 대표팀 소집을 하지 않으면 한국 축구 전체가 망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2002월드컵 대표팀 코치였던 정해성 전남 드래곤즈 코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홍명보나 황선홍 등 대스타들까지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쿠엘류 감독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축구 패러다임의 변화보다는 결국 쿠엘류 감독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현 대표팀 내에 ‘어차피 해외파가 합류하면 빠질 텐데…’라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 때와 지금의 대한축구협회 지원에 선수들이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또 해외파 때문에 국내파가 소외될 수도 있는 미묘한 상황”이라며 “선수들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쿠엘류 감독의 대표팀 성적이 시원치 않을 때마다 ‘대안’으로 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들먹이는 사람이 많았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
결국 열쇠는 쿠엘류 감독 자신이 쥐고 있다. 스스로 변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시간을 요구할 것인가. 이제 선택해야할 시점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