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 병렬(崔秉烈) 대표와 서청원 (徐淸源) 전 대표 등 당 중진들이 22일 오후 긴급 회동을 가지게 된 배경은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SK로부터 받은 100억원을 당에 전달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
당 지도부는 비공식적인 점검을 통해 이 돈이 16개 시 도지부에 전 달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해 대통 령선거 당시 당의 자금 흐름은 당시 선대 위원장 이었 던 서 전 대표와 김영일(金榮馹) 전 선대본부장 라인이 총괄했다.
그러나 서 전 대표가 당초부터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에게 “인사 와 자금 문제는 관여하지 않고 유세에 전념하겠다 ”는 입장을 밝혔던 점에 비추어 돈의 정확한 흐름의 진상은 최 의원과 김 전 선대본부장이 고백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
김 전 선 대본부 장은 이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건에 대해선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없다. 그냥 검찰 수사를 지켜 볼 따름이다”고 말했다.
서 전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당의 초동대응의 문제를 지적하며 “SK
비자금 수사의 본질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당선 축하금 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에 들어갔다는 것인데 수사가 한나라당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이 정권과 관련된 온갖 의혹은 특검을 통해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당 내 인사들과 돈의 전달 경로를 검찰에서 진술할지 여
부를 놓고 상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 돈을 전달 했는 지는 밝히 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최 의원은 22일 밤 늦게까지도 돈 전달 경로를 진술할지 여부를 최종결정하지 못한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과 상의한 인사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던 점도 최 의원에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당 에 미칠 파장 을 감안해 사용처를 진술하지 말아달
라 ”는 의견을 개진했으며 또 다른 인사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혼자 덮어써야 한다”며 진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당초 혐의를 부인하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100억원 수수
사실을 시인했기 때문에 23일 검찰에 출두해 어떤 진술을 할지 가늠키 어렵다고 최 의원 주변에선 말한다.
당 일각에선 최 의원에게 검찰 출두를 하루 이틀 늦추도록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최 의원이 돈의 수령자를 구체적으로 거명한다면 김 전 선대본
부장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할것이라는게 당 안팎의 일반적 관측이다 .
한편 당 법률지원단장인 심 규철(沈揆喆) 의원은 이 날 “이 전 총재가 지난 대선 당시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몇 군 데 전 화하고 그런 모양인데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마라’고 경고했다 고 최 의원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 전 총 재가 당의 대선자금 모금과정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한것 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검찰수사가 공명정대하게 끝나 면
그때 검토해 이 전 총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다만 분 명한 것은 이 전 총재 주변은 SK비자금과 전혀 상관이 없다 는 점이다 ”고 강조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