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 의원이 SK측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100억원이 중앙당으로 유입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지난 대선당시 이돈의 사용처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대선 당시 선대위 총괄본부장으로서 선거자금을 관리했던 김영일(金榮馹)전 사무총장 등 핵심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함구로 일관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100억원이 다른 정치자금과 함께 섞여 집행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SK비자금의 용처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과 지구당위원장 등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몇 갈래로 자금 흐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이 지구당별 선거비용지원 가능성이다. 선거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선 과정에서 선관위의 국고보조금 배분액 이외에 수시로 수백-수천만원의 현금이 지원된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자금을 수표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으로 받았을 경우에는 현금화 과정을 거쳐서 지구당에 내려보내지만 현금으로 받은 만큼 즉각 전국 지구당의 선거비용으로 전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주천(朴柱千) 사무총장이 22일 밤 "100억원이 큰 돈이긴 하지만 227개 지구당으로 쪼개서 배분한다고 할 경우 지구당별로 4천400여만 정도"라면서 "모두 현금이었다고 하니 작은 단위로 쪼개졌다면 일선에선 자금출처를 모른 채 사용했을 수도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음으로 거론되는게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득표율 제고의 핵심 수단을 활용했던 직능특위에 유입됐을 가능성이다. 자문위원회와 분야별 8개 위원회 그 산하에 33개 위원회로 구성된 특위는 운영과정에서 상상 이상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억원의 돈이 이곳으로 흘러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각 특위별로 중진들이 책임을 맡은 만큼 자체조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23일 "직능특위의 조직이 방대하지만 급박한 선거 상황에서 지구당별 지원에 앞서 특위를 맡은 중진들끼리 이 돈을 나누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을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문제의 자금이 다른 자금과 섞여 집행돼 순수한 사용내역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밖에 검찰에서 흘러나왔던 100억원 가운데 일부 유용 가능성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당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영일 사무총장에게 관심이 집중되고있다. 그러나 김 전 총장은 "이 시점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게 없다"고 함구하면서도 "개인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 당의 사무총장으로서 일을 했으므로, 진상이어느정도 밝혀지고 나서 검찰이나 언론에 내가 설 역할이 있고 당에서 그런 역할을 하라면 그때가서 하겠다"고 말해 적절 시점에서의 전면공개 가능성을 열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