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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중국 제대로 알면 차이나드림 딩하오!”

입력 | 2003-10-23 17:15:00

‘중국 바로 알리기’에 나선 BK클럽 회원들. 왼쪽부터 박민영(베이징대 유학 3기), 추귀성(2기), 정성엽(4기), 김성현(1기), 김영호(1기 대표), 김만기씨(1기).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10여 년 전만 해도 ‘멀고도 먼 나라’였던 중국. 어느새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와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 중 하나가 돼버렸다.

무역이나 투자는 물론, 중국유학을 통해 취업의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도 부쩍 늘고 있다. 그러나 모두 다 아는 것 같지만 정작 아직 잘 모르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런 중국을 바로 알리기 위해 중국 유학 1세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92년 8월 한중수교 후 공식적인 첫 중국 유학을 떠나 베이징(北京)대를 졸업한 ‘중국통’ 8명이 중국 관련 무료 상담 센터, ‘BK클럽’이란 이름으로 모인 것.

“처음에는 친목도모 성격이 강했죠. 그러다가 각자 종사하는 분야가 전문화되면서 그 분야에서 조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게 됐죠.”

이들은 이 모임의 대표인 김영호 한중문화연구소 소장(36·마산대 겸임교수) 처럼 학계에 몸담고 있거나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대기업에서 중국 업무를 맡는 등 모두 중국관련 실무자로 활약하고 있다. 10여년간의 중국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해주는 그들의 ‘귀띔’은 사뭇 진지하다.

이들은 무역이나 유통 투자 등에서 유학, 취업, 여행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중국의 모든 것’을 조언해준다. 지난여름 인터넷 사이트(www.bkclub.net)를 통해 상담을 시작 한데 이어 이달 25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4동에 사무실을 열고 오프라인 상담도 나설 계획이다.

●중국 가서도 찾는 학벌

BK클럽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상담은 유학 문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학연수는 물론이고 학위를 받고자 하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그런 후배들에게 이들은 주저 없이 ‘지방대’를 가라고 강력 추천한다.

얼마 전 서울의 모 대학 중국어과에 다니는 학생이 “이왕이면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에 가고 싶다”며 상담을 요청해왔다.

중국 부동산 상담가 김만기씨(34·중국기업법률연구소 자문위원)는 “유학 목적이 학교 타이틀이냐, 중국 전문가가 되기 위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학생은 “최고 타이틀을 받아야 취직도 잘 되는 것 아니냐”며 베이징대를 고집했다.

김씨는 이에 대해 “대기업의 지역전문가가 되려면 중국의 지방대에 들어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앞으로 지역전문가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왕 중국에 미래를 투자할 생각이면 각 성(省)이나 도시 단위로 관습과 언어 등이 다른 점을 감안해 자신만의 전문분야로 특화시켜 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중국어는 기본, 영어는 필수

떠나는 유학생이 많으면 돌아오는 구직자도 많은 법. 중국 유학생 수는 99년 9204명에서 지난해 3만6093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들은 고스란히 국내 취업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관련 상담이 늘어나자 본래 맡은 자동차 무역 상담을 접어두고 ‘취업 상담가’가 되어버린 정성엽씨(30·대기업 근무)는 “중국어는 기본이고 영어는 필수다. 여기에 특정 지역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금상첨화”라고 조언한다.

모두들 한어수평고사(중국어 능력 인정시험) 점수에만 매달리고 있지만 중국 유학생 출신이라면 중국어 검증은 끝났다고 봐도 된다는 것. 오히려 영어 능력 비중을 높이는 것이 요즘 국내 기업들의 추세라고 정씨는 설명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영어 공부하기는 쉽지 않은 일. 외국인에게 영어 수업은 근본적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독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비슷하고 발음체계도 닮은 점이 많아 독학도 어렵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지역 특성의 체득에 중점을 두고 영어 점수는 한국에 와서 올려도 늦지 않다”고 정씨는 충고한다.

●중국 이해는 걸음마 수준

사례1. 세라믹관련 제조업체 A사는 중국 선양지역에 공장을 세우면서 큰 낭패를 겪었다. 다른 지역보다 상당히 저렴한 공장 임대료와 설비 이용료에 끌려 공장에 입주했지만 전력선 등의 기본 설비가 공단 입구까지만 돼있었던 것. 전력선, 상하수도관 등 예상치 못했던 제반 비용을 투자해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고 말았다.

사례2. 중국산 석재를 수입해 국내 가공업체에 중개하던 B씨는 수입한 석재에서 녹물이 나와 납품처로부터 전량 불량 판정을 받았다. 중국 거래처와의 관계만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일을 진행했던 B씨는 엄청난 금전적 손해뿐만 아니라 신용도 잃어야 했다.

“옛날 얘긴 거 같죠? 불과 몇 개월 전, 길어야 지난해 얘깁니다.”

‘BK클럽’의 무역상담을 맡고 있는 박민영씨(30·한국무역협회 중국실 참사)는 가깝고도 먼 나라, 대(對) ‘중국’ 무역의 현주소를 자신의 상담사례로 설명했다.

지난해 한중무역 거래 규모는 모두 410억달러. 92년 한중수교 당시 연간 64억에 불과했던 규모와 비교하면 10여년 만에 약 7배 정도 증가했지만 아직 우리의 중국 시장 이해도는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 박씨의 지적이다.

“중국관련 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을 잘못 알고 접근하는 데서 비롯된 사례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 위험요소를 좀 줄여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겁니다.”

●중국에 관한 오해

한국 사람들이 중국에 대해 가진 오해 중 가장 큰 것은 ‘관시(關係)’를 지나치게 맹신한다는 것.

“중국 사람은 만나면 처음엔 ‘펑요(친구)’, 다음엔 ‘라오펑요(친한 친구)’, ‘숑티(형제)’ 그리고 ‘라오숑티(친한 형제)’로 발전하죠.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호칭의 변화일 뿐, 단어의 뜻만 믿고 거래관계를 대충대충 했다간 큰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중국 현지조사를 맡고 있는 추귀성씨(32·무역업체 상무)는 또 ‘나와 친한 사람이 내 친구와도 친해질 수 있다’는 식의 단순 친근 관계 전이는 중국 사람사이에선 안 통한다는 것을 새겨두라고 권고했다.

또 다른 오해는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해 무시한다는 것.

“수출을 하거나 선물을 할 때 조금 촌스럽거나 철 지난 상품을 건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죠.” 수출 및 유통담당 이택준씨(34·무역업체 대표)는 “오히려 한국 제품이 시대에 뒤쳐졌다고 오해받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김만기씨는 중국 사람들 저변에 깔린 문화우월감을 상기시켰다. “중국인들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을 호의적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그 친근함 저변엔 과거에 우리가 그들의 종속국이었다는 자만감이 깔려있음을 잊으면 안 될 겁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