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씨(45)는 올 6월 친구가 무심코 던진 말에 귀가 솔깃했다.
TV로 호주 원어민과 직접 대화하는 최첨단 ‘실시간 양방향 화상교육 시스템’을 개발한 I 사가 연 60배의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자금을 모집한다는 얘기였다.
김씨는 정기예금 만기가 되어 찾은 1500만원을 어디에 굴릴까 고민하다가 친구와 이곳을 함께 찾았다.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은행 금리로는 성이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I사는 한 달 뒤 불법 자금모집업체로 경찰에 적발됐고 김씨는 결국 이 돈을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 업체는 1000여명으로부터 모두 75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 금융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7∼9월 중 불법 자금모집업체 22개를 적발하는 등 올해 들어 모두 85개 업체를 잡아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23일 밝혔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사기 수법=I사는 올 2월 처음 가입한 수십명에게는 1주일 단위로 제대로 약속한 수익금을 나눠주면서 회원들을 끌어 오도록 했다.
조성목 금감원 팀장은 “처음 가입한 회원들이 거금의 수익금을 받는 것에 현혹돼 투자자들이 들어갔다가 큰 피해를 본 경우”라고 밝혔다.
제도권 금융기관을 전면에 내세워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곳도 있다.
홈뱅킹 단말기 판매업체인 B사는 ‘국책은행과 삼성 계열사가 각각 2, 3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믿을 만한 업체’라고 광고하면서 연 21%의 수익과 단말기 고객 수수료의 6% 지급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해 오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유사 수신업체를 조심해야 한다=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지급 보증서를 발행해 준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업체의 경우 반드시 은행에 지급보증서 발급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전화를 걸어 대표자 이름, 주소 등 업체 현황을 물어볼 때 답변을 피하거나 사무실에 찾아와서 상담 받기를 권유하는 업체의 경우도 불법 자금모집업체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해당 업체가 금융관련 법령에 의해 정부의 인·허가를 받은 수신업체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대부업이나 다단계업체로 등록한 뒤 수신금융기관인 것처럼 위장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