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협이 지적한 ‘부잣집 마나님’ 형인 KBS1 일일극 ‘백만송이 장미’의 말봉(김자옥) 사진제공 KBS
TV 드라마들이 중년 여성을 부잣집 마나님 등으로 정형화해 부정적으로 그리는 반면 상대역인 남성들은 긍정적인 캐릭터로 부각시켜 대조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이하 ‘여협’·회장 은방희)는 9, 10월 방영중인 지상파 방송 3사의 드라마를 분석한 보고서 ‘TV 속에 갇힌 중년 여성’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는 드라마 속 중년 여성들을 여러 가지 부정적 유형으로 분류했다. ‘부잣집 마나님’은 거의 모든 드라마에서 가장 흔한 유형으로, KBS1 일일극 ‘백만송이 장미’의 말봉(김자옥), MBC 주말극 ‘회전목마’의 김여사(유지인)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사(家事)를 고용인에게 맡기고 생산적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으며 자식들의 결혼에만 매달린다.
헌신만 하는 ‘슈퍼우먼형 어머니’도 어머니를 희생만 하는 존재로 여기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KBS2 주말극 ‘진주목걸이’의 노순복(박원숙)이나 MBC 일일극 ‘백조의 호수’의 조풍녀(정영숙)는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한없이 희생하는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진주 목걸이’의 서말자(김영옥), ‘백만송이 장미’의 한귀분(반효정), ‘백조의 호수’의 명순금(여운계)는 ‘못된 시어머니’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KBS2 ‘상두야 학교 가자’의 공심란(정애리), ‘성녀와 마녀’의 형숙 어머니(김보연)은 그악스러운 중년 아주머니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대역인 중년 남성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있으며 사리 판단이 분명하고 여성이 일으킨 문제를 해결해주는 역할로 대조를 이룬다고 여협은 분석했다.
한편 SBS 주말극 ‘완전한 사랑’의 영애 어머니(정혜선)와 ‘백만송이 장미’의 파출부 금자(윤여정)는 긍정적 캐릭터로 꼽혔다. 이들은 자식을 대할 때도 원칙이 분명하고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서도 일을 계속하고 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