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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프로야구 원년 삼미 무명투수 감사용씨 영화화

입력 | 2003-10-23 18:15:00

감사용씨(오른쪽)가 23일 한강 광나루지구 야구연습장에서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출연진들에게 야구 지도를 하고 있다. 전영한기자


그의 이름이 나오면 야구팬들은 ‘불운한 투수’를 떠올린다.

감사용(46). 82년 삼미 슈퍼스타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청보와 OB를 거치며 86년까지 5시즌 동안 그가 거둔 승리는 단 1승(15패1세이브). 꼴찌팀 삼미에서 ‘나가면 깨지는’ 투수라는 부끄러운 닉네임까지 얻었던 그다.

그랬던 그의 이름이 21년이 지난 요즘 다시 오르내린다. 삼미와 같은 인천 연고의 SK 와이번스가 정규시즌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것과 무관치 않다. 인천야구가 정상까지 넘보게 된 지금 힘들었던 지난날 인천야구를 지켰던 그에 대한 향수 때문일까.

23일 오후 서울 광나루 야구연습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소재로 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 출연배우들에게 자청해서 야구지도를 하고 있었다.

“이거 참 쑥스러워서….” 그는 갑자기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인천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지금 한국시리즈에 올라있는 SK와 현대가 모두 인천의 연고구단이거나 한때 연고팀이었던 구단.

그는 “지금 인천 관중의 열성을 보면 SK가 우승해야할 것 같은데 선수들을 보면 현대에 인천출신들이 많고…. 양쪽 다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가 영화제작을 허락한 것은 올 초. 메가폰을 잡은 김종현 감독(33)의 정성에 그만 고개를 끄덕인 것. “워낙 진지하게 매달리기에 인간에 반했죠, 뭐.”

‘자랑할만한 성적이 아닌데 영화화되는 것은….’이라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승락할 때부터 각오했습니다. 이왕 노출될 것이라면 떳떳하자고. 선수시절 정말 열심히 했고 은퇴 후에도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고 있어요. 실패자로 치부된 사람들이 나름대로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 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감사용은 사회인야구선수 출신. 창원에 있는 삼미특수강 사무직원으로 있다가 프로야구 선수가 된 특이한 케이스다. 그러나 갑자기 만들어진 선수는 아니었다. 마산고에서 좌완투수와 3번 타자로 활약했고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적도 있다.

인천체육전문대 졸업 후 군 복무를 마치고 삼미특수강에 입사한 게 81년 2월. 회사 사회인 야구팀에 입단한 그는 만년 최하위이던 팀에게 그해 종합우승을 안겼다. 당시 프로야구 창단 준비가 한창이던 삼미는 그를 눈여겨봤고 2개월여간의 테스트를 통해 전격 프로선수로 영입했다.

“한 3년만 해서 아파트 한 채 마련하고 다시 회사로 복귀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팀도 청보로 넘어가고 이럭저럭 하다보니 못돌아갔죠.”

프로야구를 떠난 그는 고향 마산에 고기집을 차렸다. 92년부터는 식당을 접고 마산과 창원 초등학교 야구팀들을 무보수로 지도했고 고향인 김해 내동중학교에 야구팀을 창단해 초대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지금은 창원에 있는 대형마트의 총괄관리부장.

“나도 스타가 꿈이었지요. 사람들은 꿈을 이루지 못하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꿈과 희망은 간직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것이죠, 선수로서는 대성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로서, 또 사회인으로서 꿈이 있습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