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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재건 어디까지…문 연 학교 10%, 전화 절반 불통

입력 | 2003-10-23 18:15:00


길에 나뒹굴던 포탄 파편은 치워졌지만 전후 6개월이 지났어도 이라크인들의 일상에는 전쟁의 흔적이 여전하다.

재건 사업은 길거리 ‘청소’ 수준에 머물 뿐 사회기반시설은 여전히 파괴된 채 기능을 못하고 있다.

새 단장을 하고 문을 연 학교는 아직 전체의 10%선인 약 1100개에 불과하다. 3개의 외국 컨소시엄이 최근 이동전화사업자로 지정된 뒤 몇 개월 안에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바그다드의 50만개 전화선 중 절반은 여전히 불통이다.

새 화폐가 통용되면서 이라크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을 펼 수 있는 길은 열렸다. 1달러당 2200디나르까지 떨어졌던 디나르화 가치는 1800디나르 수준으로 회복됐다. 전쟁 전 400%나 되던 수입관세가 없어져 시장은 수입품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이라크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사정은 여전히 춥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라크 국민의 60%는 식량배급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실업률은 5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이라크 인구의 70%가량이 25세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고용 창출이 급선무지만 공장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이다. 가동되는 곳은 정유공장과 시멘트공장 정도. 이라크인들이 쉽게 얻을 수 있는 직업은 경찰이 되는 것이지만 15만디나르의 뇌물이 필요하다.

주머니 사정은 안 좋은데 물가는 뛰고 있다. 쌀 시멘트 밀가루 등의 값이 3, 4배는 뛰었다.

기반시설 복구도 충분하지 않다. 49개의 망가진 다리 중 재건설이 시작된 것은 3개뿐이다. 전기 생산은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저항세력들이 전선망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 전기 공급도 원활치 않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