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자립형 사립고가 등장하면 전국이 입시 지옥으로 변하게 될 겁니다.”
유인종(劉仁鍾·사진) 서울시교육감은 23일 강북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를 건립하겠다는 서울시와 재정경제부의 입장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또 유 교육감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강북 뉴타운 건설을 둘러싼 교육 문제에 대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공개토론을 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장에게 뉴타운에 자립형 사립고를 세울 경우 교육적 측면에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견해를 여러 차례 말했고 이 시장도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유 교육감은 “서울 시내 고등학교의 70%가 사립”이라며 “1, 2개 학교를 허가하기 시작하면 모두 자립형 사립고가 되겠다고 나설 것이고 그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서울에 있는 특목고는 이미 특목고의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입시학원으로 변질됐다며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가 늘어날 경우 입시경쟁만 더 치열해 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집값 상승 문제를 교육 문제와 연계해 해결하려는 입장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남을 비롯해 양천구 목동 등은 주택과 환경 등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교육 환경이 함께 좋아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
이렇게 해서 좋아진 교육 여건이 역으로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교육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유 교육감은 강북 뉴타운에 설립될 자립형 사립고가 신입생 80%를 해당 지역 학생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강북 개발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되지만 해당 학교는 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히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가 들어선다고 해서 학부모들이 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서울 시내 특목고는 모두 강북에 있지만 학교 때문에 이사 온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강남에 계속 살면서 원거리 통학을 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고통만 가중되고 있지요. 이런 일을 되풀이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평준화가 가져온 교육의 질적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엘리트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유 교육감의 생각이다.
“필수과목을 줄이고 학생들의 과목 수강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저절로 진급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우수한 학생은 월반은 물론 대학 수준의 강의를 이수하게 해 대학에서 이를 인정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궁극적으로 교육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이며 영국과 같은 선진국도 엘리트 분리형이 아닌 통합형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유 교육감은 새로운 교육정책에 늘 반대만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교육의 정도(正道)를 가자는 것일 뿐 이를 단순히 ‘고집’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교육이 퇴보할 것이 불 보듯 뻔한데 교육자로서 가능한 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교육 철학”이라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