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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튜브 제거 美 식물인간…州지사가 法마련 급식재개

입력 | 2003-10-23 19:04:00


남편의 요청에 따라 급식이 중단돼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던 미국 플로리다주의 식물인간에게 주지사가 법률로 급식을 재개하도록 해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3년간 식물인간으로 살아온 테리 쉬아보(39)의 남편 마이클 쉬아보는 “테리가 인위적인 삶보다는 죽음을 원한다”고 법원에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15일 법원에서 급식 중단 허가를 받아내 테리의 급식튜브를 제거했다.

이에 맞서 급식을 계속하기 위해 법정싸움을 벌여온 테리의 부모 등은 며칠간 주지사와 의회에 탄원한 끝에 21일 주 상원에서 23 대 15, 주 하원에서 73 대 24로 각각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법안 내용은 식물인간의 급식관이 제거됐을 때 환자 가족이 반대하면 주지사가 재삽입을 명령할 수 있다는 것. 젭 부시 주지사는 이 법안에 즉각 서명했고, 그의 명령에 따라 테리는 그날 저녁 앰뷸런스로 병원에 실려가 급식이 재개됐다.

테리 부모는 환호했지만 남편은 “아내의 의사가 정치적 핑퐁게임의 대상이 돼 화가 난다”며 주지사의 명령을 집행하지 말도록 법원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의료기술 관련 전문가인 라스 노아 플로리다대 법대 교수는 “이 법안은 법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부시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위헌 여부는 언급하지 않고 “내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고만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