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와 철새도래지 등에 관찰용 인공 시설물을 설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내년부터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로 밝혀진 남구 옥동 울산대공원 내 윗 갈티못 주변에 ‘반딧불이 자연 생태공원’을 조성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생태공원은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 위로 나무다리를 설치한 뒤 밤에 다리 위에서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것으로 인근에는 자연학습원도 조성된다.
울산 농업기술센터 김홍규(金弘珪·49) 농촌지도사는 6월 20일 이 곳에 반딧불이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씨는 시가 7월 1일부터 두 달간 실시한 공무원 아이디어 공모에서 ‘반딧불이 자연 생태공원 조성방안’을 제안, 우수 아이디어로 채택됐다. 시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한 것.
이에 대해 울산대 화학·생명공학부 최기룡(崔基龍·식물생태학 전공) 교수는 “반딧불이는 사람이 많이 몰려들거나 인공시설이 설치될 경우 즉시 자취를 감추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생물”이라며 “시는 반딧불이 생태공원 조성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는 또 2000년부터 울산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태화강 중류의 삼호섬에 철새 관찰용 나무다리를 설치하는 등 ‘태화강 생태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태화강 하류에는 콘크리트 제방을 쌓아 환경단체로부터 “철새를 내쫓는 환경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