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가 70여년 전 받았던 상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서를 퓰리처상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A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타임스가 스스로 철회를 요청한 상은 1932년 당시 소련 특파원인 월터 듀런티가 받은 것. 듀런티가 수상 이듬해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관제(官製) 기아사태를 고의로 눈감아 줬다는 증거가 나왔기 때문이다.
퓰리처 이사회는 이 문제를 4월부터 재검토했고 타임스도 7월 컬럼비아대 역사교수 마크 본 헤이건에게 진상 조사를 의뢰해 상 철회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1933년 700만명이 숨진 우크라이나의 ‘관제 기아사태’는 소작농들이 토지를 내놓게 하기 위해 당시 소련을 통치하던 스탈린이 고의로 조장한 기아 작전.
듀런티는 1922∼1941년 타임스의 소련 특파원을 지냈으며 1929년 스탈린을 단독 인터뷰해 각광을 받았던 기자. 그러나 1990년 발간된 샐리 테일러의 ‘스탈린의 변명’에서 듀런티가 스탈린과의 교분을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잔혹행위를 외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헤이건 교수는 보고서에서 듀런티가 “소련 소식통의 입장을 열정적이고 선동적인 언어로 대변하는 일이 잦았으며 균형감각을 크게 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기자인 그가 스탈린의 마법에 굴복했다”며 “타임스의 명예를 위해 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타임스는 헤이건 교수의 의견서에 대해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의 권고사항을 첨부해 퓰리처상 위원회에 상 철회를 요청했다.전 세계 우크라이나인들은 기아사태 발생 70주년인 올해 퓰리처상 위원회에 1만5000건 이상의 항의서한을 보내 수상 철회를 요구해왔다. 퓰리처 위원회는 1990년에도 이에 대해 재심을 했으나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었다.1917년 퓰리처상이 제정된 이래 1980년 기사 조작을 시인한 워싱턴포스트 자넷 쿡 기자가 상을 반납한 적은 있지만 수상이 철회된 적은 없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