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정치가 시끄럽고, 나도 곤경에 빠져 있어서 한국이 주저앉거나 뒷걸음치지 않을까 걱정할지 모르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서 (국내 정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숙소인 샹그릴라호텔에서 싱가포르 현지 교민 300여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내가 정치하는데 충분히 희망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이같이 말해 국내에서 초미의 현안이 돼 있는 대선자금 문제나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를 풀어나갈 나름의 구상이 서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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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또 “나는 여러 번 죽었다 살아났고, 여러 번 쓰러졌다 일어났다. 이번에도 다시 살아나고 일어날 것이다”면서 “야당과 싸워서 일어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실패할 수 있어도 한국은 실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국민의 노력이 우리 정치를 더 이상 이 상태로 버티지 못하게, 앞으로 변화하게 할 것”이라며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를 피력하고 “모두가 잘되려면 정치와 언론이 잘돼야 하는데, 언론은 여기에서 가타부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현지 교민들이 여러 차례 박수로 환대하자 “사실 내가 국내에서는 인기가 별로 좋지 않다. 기가 좀 죽었다”며 “그러나 여러분을 만나 인기와 관계없이 대통령 대접을 받으니 한편으로는 기쁘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싱가포르=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