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를 초과한 공동주택의 일반관리비에 10%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려는 국세청 방침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입주자 대표협의회(회장·채수천·蔡壽天)는 부가세 부과 방침에 반대하는 일산, 산본, 안양, 평촌, 의왕, 하남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 주민 6만여 세대의 서명을 받아 국회와 각 정당에 청원서를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정부는 자치관리가 아닌, 용역회사를 통해 관리되는 위탁관리 아파트 중 국민주택 규모를 넘는 아파트 일반관리비(수도료 전기료 등을 제외한 관리비)에 10%의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왔으나 주민들은 영구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주택 규모 이하의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이미 법 개정을 통해 면세 조치되고 있다.
채 회장은 "아파트 관리는 일반 공산품과 달리 구매자(입주자)에게 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닌데도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한시적 면세 조치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법 개정을 통해 영구 면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은 용역업체들이 아파트를 관리하며 수입으로 얻는 일반관리비가 이익에 해당되므로 현행법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과세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 생리대 면세 주장처럼 부가세 면제 요구가 속출하는 가운데 법적 근거 없이 면세 조치할 경우 원칙 없는 조세정책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는 것도 국세청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는 2001년 7월에도 관리비에 부가세를 부과하려다 주민과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면세 기간을 올해 말로 연장한 전력이 있어 주민들의 저항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세청이 그동안 아파트 관리비에 대해 한시적으로 면세조치를 한 것은 과거 관행과 조세특례제한법의 한시적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기간이 끝나는 내년부터 전면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해 1~3년 정도 면세기한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용역업체에 부과되지만 일반 공산품의 경우 구매자들이 부가세가 포함된 가격에 사는 것처럼 주민들이 관리비 고지서를 통해 부담하게 되므로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
또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은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국민주택 규모 이하 평형과 이를 넘는 평형 아파트가 혼재된 단지에서는 주민간 이질감이 생긴다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입주자 대표협의회는 부가세 부과 방침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며 가시적인 법 개정 움직임이 없을 경우 대규모 집회와 납세 거부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제 부과가 이뤄지면 평당 관리비가 평균 1700원인 일산 지역의 경우 40평 소유 주민은 일반관리비 6만8000원의 10%인 6800원을 매월 추가 부담하게 된다.
전국적으로 아파트는 523만여 가구로 이중 절반이 위탁 관리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파트가 밀집한 수도권에서는 90%이상 위탁 관리되고 있어 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