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Google)이 내년 초 온라인 경매 방식으로 기업 공개(IPO)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회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FT는 회사 관계자를 인용해 "닷컴 거품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월가의 금융 스캔들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통해 투자자들과 직접 주식을 거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주간사들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를 절감해, IPO 시장에서 투자은행들의 장악력을 줄이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PO 주간사 업무는 투자은행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여서 월가 투자은행들에 대한 도전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글 측은 FT의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기술주 거품이 꺼진 2000년 이후 금융 시장과 실리콘 밸리는 구글의 IPO를 목 빠지게 기다려왔다. 구글은 닷컴 기업들이 줄줄이 몰락한 가운데서도 높은 수익을 내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받았다.
구글의 IPO는 1980년 애플컴퓨터, 1995년 넷스케이프 IPO에 비견되는 빅 이벤트로 기대된다. 구글은 1998년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5억~8억 달러와 1억5000만~2억 달러로 추정된다. IPO 규모는 150억~250억 달러로 예측된다.
통상 IPO는 투자은행을 주간사로 선정해 이를 매개로 이뤄진다. 주간사가 책정한 가격보다 실제 IPO가 낮게 이뤄지면 '실패한 IPO' 간주되므로 주간사는 가격을 낮게 설정할 유인이 생긴다.
IPO 이후 며칠간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 닷컴 거품 시절에 기술 기업들의 주가는 IPO 바로 다음날 5,6배씩 뛰곤 했다. 미국의 경우 주간사가 공모 기업의 주식 일부를 자신의 주요 고객들에게 특혜성으로 분배할 수 있어 불공정 거래 스캔들을 일으켜 왔다.
그러나 투자은행들은 순수한 온라인 경매는 주가를 비현실적으로 높려 또 다른 거품을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FT는 IPO 이외의 영역에서도 금융시장에서 투자은행들의 위상이 줄어드는 추세가 있다고 전했다. 인수합병(M&A) 관련 컨설팅도 투자은행의 주요 돈벌이 중 하나이지만, 올해 2월 존슨앤존슨은 생명공학 기업 '시오스'를 인수할 때 투자은행을 통하지 않고 자체 M&A팀과 자사 변호사를 통해 일을 처리했다. 회사채 발행업무 등을 통해 투자은행이 얻는 수익도 1999년에 비해 15% 이상 떨어졌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