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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문홍/국군포로

입력 | 2003-10-24 18:21:00


“육군 소위 조창호, 군번 212966. 무사히 돌아와 장관님께 귀환 신고합니다.” 10년 전인 1994년 10월 24일, 최초의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 조창호씨가 국군 수도통합병원에서 국방장관에게 경례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씨가 서울을 떠난 게 51년이니까 무려 43년 만의 귀환이었다. 이듬해 출간된 수기 ‘돌아온 사자(死者)’에서 조씨는 그토록 오랜 세월 북쪽 땅에서 고생한 자신을 ‘행운아’로 규정했다. 그러나 “그 행운은 (남쪽으로 돌아오지 못한) 불행한 사람들 앞에 서면 도리어 괴로움이 되고 만다”고 토로했다.

▷그 후 국군포로 문제는 이따금씩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97년 이후부터는 국군포로 출신 탈북자가 해마다 나왔고 2000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도 국군포로 출신 가족의 만남이 간간이 이뤄졌다. 2001년 3차 행사 때에는 조금례 할머니(74)가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을 만났고, 올해 9월 8차 행사 때에도 두 가족이 만났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북한은 “국군포로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주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군포로는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범주에 속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결과적으로 국군포로 송환은 지금껏 남북 당국간 대화의 정식 의제로 오르지도 못했던 것이다.

▷6·25전쟁 당시인 51년 12월 18일 유엔군과 공산군은 포로명단을 교환했다. 이때 유엔군측은 11만1000여명을 공산군측에 통보했고 북한은 당시 8만8000여명으로 추정되던 국군포로 수보다 훨씬 적은 7100여명의 명단을 전달했다. 그 후 1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3차례의 포로교환이 이뤄졌고 유엔군측은 1만3469명(한국군 8343명, 유엔군 5126명)을 돌려받았다. 8만8000여명 중 10분의 1 미만이 돌아왔으니 그동안 사망한 사람을 빼더라도 아직 상당수의 국군포로가 북한에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방부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북한에는 496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고 사망자는 484명, 행방불명자는 175명이다. 탈북자와 국내 연고자의 진술을 토대로 신원을 확인한 내용이라고 하니 이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국가를 위해 전장에 나섰다가 반세기 넘도록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언제까지 모른 척한단 말인가. 정부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마냥 외면한다면 종국에는 정부가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국군포로 송환을 북한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