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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학교급식 비리 뿌리

입력 | 2003-10-24 18:28:00


일부 사립고 교직원들이 급식업체로부터 5년간에 걸쳐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아왔다는 보도에 학부모들은 놀라움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자녀들이 학교급식에 불평과 불만을 나타날 때마다 “반찬 투정 하지 마라. 아무 음식이나 잘 먹어야 튼튼하다”고 타이르곤 했던 부모는 억장이 무너진다. 업자가 교직원에게 룸살롱 접대를 하고 상품권, 야유회 찬조금에 더해 고스톱 판돈까지 제공했다니 ‘도덕적 해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업자가 학교 발전과 교직원 친목 도모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갖다 바쳤을 리는 없다. 밖으로 새 나간 돈 때문에 아이들 식단은 그만큼 더 부실해졌을 것이고 이로 인한 사고 또한 적당히 눈감아졌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급식 식중독사고가 35건, 3625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4배가량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급식 관련 시민단체들에 따르면 중고교의 대부분이 학교급식을 외부업체에 맡기고 있는 서울지역에서는 업자들이 연간 급식 계약액의 3∼5%를 학교에 리베이트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학교 급식의 부실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서울시 교육청이 뒤늦게 특별감사를 하겠다고 나섰으나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수사당국이 나서 관련 비리를 발본색원해 다시는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로 한 부끄러운 거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 급식 하나 제대로 해결 못하면 제대로 된 교육당국이라고 할 수 없다. 교총이나 전교조 같은 교원단체 또한 관련 비리 적발과 고발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미래의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다해야 한다. 농어촌 및 소외계층이 밀집돼 있는 지역에는 우선적으로 시설 및 예산을 지원하고, 여건이 좋은 지역은 학교와 학부모가 협의해 직영제 등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