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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깁슨 제작 ‘그리스도의 수난’…反유대 논쟁 시끌

입력 | 2003-10-24 18:58:00


영화배우 멜 깁슨이 제작한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이 유대, 가톨릭, 기독교 단체들 사이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대인들이 그리스도 처형의 주범으로 묘사돼 있어 반(反)유대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측과, 신약성서에 기반해 사실 그대로 제작됐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는 12시간을 다룬 이 영화는 내년 2월 25일경 개봉될 예정이다.

깁슨은 자신의 돈 2500만달러를 들여 이 영화를 만들었으며 최근 각 종교단체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시사회를 열고 있다.

에이브러햄 폭스먼 반명예훼손연맹(ADL) 회장은 “영화가 이대로 개봉된다면 교회 지도자들이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온 반유대주의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톨릭 교인들도 “이 영화는 역사적 정확성이 결여돼 있으며 그리스도가 유대인들에 의해 살해됐다는 고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톨릭의 보수주의자와 보수적 기독교 단체들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전국복음주의자연합회(NAE) 회장인 테드 해거드는 “엄청난 예술작품”이라며 “그리스도의 생애에 관해 그처럼 권위 있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깁슨도 “나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며 이 영화는 반유대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로마 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진보주의자’로 보며 바티칸을 인정하지 않는 가톨릭 분파의 신자다.

가톨릭은 1965년 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예수의 죽음에 대한 죄가 유대인들에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로스앤젤레스=AP AFP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