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CNN 방송은 24일 오전(한국시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호주 국회 연설 장면을 생중계했다.
바로 전날 같은 시간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같은 연단에서 연설을 했다. 두 강대국의 국가원수가 하루 사이로 호주 국회에서 연설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된 셈이다.
특히 후 주석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호주 국회에서 연설한 첫 외국 정상이라는 영예까지 누렸다. CNN 방송은 야유를 받고 두 번이나 연설을 중단했던 부시 대통령과 달리 후 주석은 야유 없이 연설을 마쳤다며 두 정상을 대비시켰다.
▽후진타오 외교의 대미(大尾)=후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방콕 정상회의에 이어 호주를 방문함으로써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내치(內治)와 외치(外治)의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그의 APEC 데뷔와 호주 방문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전날 연설을 의식한 듯 이날 호주 국회 연설에서 국제문제의 다자간 해결방식을 강화해야 하며 세계안보 문제에 있어서 유엔에 더 많은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중국과 호주가 남태평양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 및 반테러리즘을 위해 협력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 존 하워드 호주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배려하기도 했다.
하워드 총리는 1999년 “호주는 미국의 아시아지역 부보안관(deputy sheriff)”이라고 발언,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비난을 받았을 뿐 아니라 부시 대통령이 다시 “부보안관이 아니라 정식 보안관”이라고 치켜세우는 바람에 국내에서조차 “호주가 미국의 하수인이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국의 힘’은 역시 경제력=AP통신은 호주가 중국이라는 아시아 경제의 ‘모터’에 편승하려 애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20년 동안 17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중국에 수출하는 계약을 25년간 210억달러 규모로 연장 확대하기를 고대해 왔다. 후 주석의 호주 방문기간(23∼26일) 양국은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호주 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수출계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은 23일 2000년 올림픽을 치른 시드니를 방문했는데, AP통신은 후 주석의 시드니 방문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사업권 입찰에 참여한 호주 기업들에 ‘호기’가 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