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진영이 3회말 1사 2루에서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통쾌한 결승홈런을 터뜨린 뒤 두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고 있다.[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올 인(All In).’
현대와 SK가 맞붙은 200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컵의 주인은 25일 열리는 최종 7차전의 한판 승부로 가려지게 됐다.
24일 잠실 6차전은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SK의 설욕 무대. 21세의 고졸 2년생 투수 채병룡이 위기의 SK를 수렁에서 건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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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 선발로 8회 1사까지 6안타 3실점(2자책)으로 호투했던 채병룡은 이날은 단 1명의 주자도 3루에 내보내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투구로 현대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역시 8회 1사까지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4안타 2볼넷 무실점의 역투.
대표적인 제구력 투수인 채병룡은 직구 평균은 시속 136km에 불과했지만 120km대의 커브와 슬라이더, 그리고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현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SK는 단 한 번의 찬스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 3회 선두 김민재가 볼넷을 얻어 나간 뒤 조원우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루.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최우수선수로 뽑혔던 이진영이 2스트라이크 1볼에서 현대 선발 전준호의 몸쪽 낮은 포크볼을 강타해 오른쪽 폴대 근처로 넘어가는 115m짜리 2점홈런을 날린 것. 승부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올 한국시리즈 들어 첫 완봉 승부.
현대는 채병룡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직후인 8회 1사 후 이승호를 상대로 전준호가 내야안타, 박종호가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 1, 2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정성훈이 SK 마무리 조웅천을 상대로 유격수 앞 병살타를 때려 무릎을 꿇었다.
조웅천은 이후 9회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1승 2세이브를 기록, 팀의 시리즈 3승을 모두 책임졌다.
한편 한국시리즈가 7차전까지 열리는 것은 올해로 5번째. 이 가운데 무승부가 끼어있던 93년을 제외하면 6차전 승리 팀이 2번(84년 롯데, 95년 OB), 6차전 패배 팀은 1번(2000년 현대) 우승했다.
■양팀감독 한마디
○SK 조범현 감독=선발투수 채병룡, 포수 박경완 배터리가 현대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해 승리할 수 있었다. 어려울수록 선수들의 집중력이 강화되고 집념과 의지가 생기는 게 가장 큰 무기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믿겠다.
○현대 김재박 감독=SK 선발 채병룡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이진영에게 홈런을 맞기 전에 투수교체를 생각했는데 너무 이른 것 같아 미뤘다가 당했다. 최종 7차전에 대비해 타순 조정 등 많은 것을 생각해보겠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