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추진하고 있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채무감면 폭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빚을 크게 깎아주는데 따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가 제기되면서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기존에 밝혔던 신용불량자에 대한 원리금(원금+이자) 감면의 폭을 대폭 낮추고 있다.
산업은행은 10개 은행 및 신용카드업체가 빚을 공동추심하기로 한 다중(多重)채무자 86만 명에 대해 다음달부터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면서 원리금 감면 폭을 신용회복지원위원회 기준인 '최고 33%'보다 낮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일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감면 폭이 너무 확대돼 잘못 알려지면서 10개 금융기관 다중채무 공동추심 프로그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모럴 해저드를 예방하기 위해 원리금 감면의 폭을 신용회복위보다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에 대한 신용불량자 25만 명을 대상으로 원리금의 최고 50%까지 감면해주는 계획을 이달 초 발표했던 국민은행도 실제 채무재조정 과정에서는 신용회복위의 33% 기준에 감면 폭을 맞출 방침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일부 무(無)수익채권의 경우 상환비율이 높으면 원금을 깎아주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모럴 해저드 우려가 나오자 원금은 깎아주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와 관련, 김정태(金正泰) 국민은행장은 3·4분기(7~9월) 기업설명회가 열렸던 24일 "어떤 경우라도 원금 자체를 깎아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달부터 자신들이 보유한 부실채권에 대해 원리금의 70%까지 탕감해 줄 계획을 세웠던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도 계획을 대폭 수정하거나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들도 자체 신용불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원리금 감면 폭을 신용회복위의 기준에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