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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커지면 암수 성전환… 수중동물 121종

입력 | 2003-10-26 17:14:00

물고기를 비롯해 121종의 수중동물이 체구에 따라 성이 전환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새우, 오징어, 붕어의 공통점은? 술안주 얘기가 아니다. 흥미롭게도 몸이 커지면 자연적으로 성이 뒤바뀔 수 있는 동물이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앨솝 박사팀은 23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서 연체동물, 갑각류, 어류 등 하등 수중동물 121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몸 최대 크기의 72%까지 자라면 성이 전환된다는 ‘72% 법칙’을 주장했다. 물고기 한 마리가 일생 동안 암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앨솝 박사는 “조사 대상 동물의 90% 이상에서 이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메커니즘 때문에 성전환이 일어나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파충류나 어류의 성을 결정하는 데는 온도가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예를 들어 바다거북은 섭씨 30∼35도에서 부화하면 모두 암컷이, 20∼22도에서 부화하면 모두 수컷이 된다. 두 온도 사이에서는 암수가 모두 태어난다.

하지만 체구가 성을 결정한다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 상명대 생물학과 이성호 교수는 “무리를 이끄는 물고기 수컷 한 마리가 포식자에게 먹히면 암컷 한 마리가 몸이 커지면서 수컷으로 바뀐다는 보고가 있다”면서 “하지만 무려 121종에 달하는 동물에게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