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유영 교수가 ‘문명의 병’인 천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미옥기자 salt@donga.com
1979년 서울대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알레르기클리닉을 개설했다. 이듬해인 80년에는 알레르기 내과를 신설했다. 강석영 교수(90년 작고)가 주도했으나 그의 수제자 김유영 교수(58)가 이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25년이 지났다. 이번에는 김 교수가 천식과의 전쟁에 나섰다. 최근 한국천식협회를 설립했다. 그는 한국도 호주처럼 암, 정신병 등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질병 중에 천식도 포함시키길 기대하고 있다.
―천식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가.
“천식을 ‘문명의 병’이라고 한다. 주거나 위생환경 모두 좋아졌지만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생가설’이라 한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는 면역력을 키우는 ‘1형 T세포’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2형 T세포’로 나뉜다. 위생이 좋아지면 1형 T세포의 역할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2형 T세포가 두드러지는 면역체계로 바뀐다. 임산부가 간접흡연을 해도 태아의 2형 T세포의 역할이 커지는 형태로 면역체계가 바뀌어 아이가 천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천식을 유발하는 물질은 어떤 것이 있는가.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는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 등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나뭇잎에 붙어사는 ‘잎응애’로 인한 천식환자가 도시에서도 많이 보인다. 모든 물질이 천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가령 쇳가루나 돌가루, 석탄가루 등은 천식과 상관이 없다. 탄광에서 석탄가루를 먹어 기침을 할 경우 천식이 아니라 폐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플라스틱 같은 화학물질은 천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천식도 유전되는가.
“아빠보다는 엄마가 천식일 때 자식이 천식에 걸릴 확률이 4∼5배 높다. 할아버지가 천식일 때 아빠를 건너뛰고 손자에게 격세유전이 되기도 한다.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 질환으로 바뀌면서 유전이 되기도 한다. 가령 아빠는 천식인데 아들이 아토피로 나타나는 식이다. 특정 항원에 대해 알레르기항체(IgE)를 만드는 사람이나 기관지가 특히 예민한 경우 천식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
―천식의 3대 치료법인 회피요법, 약물요법, 면역요법에 대해 설명해 달라.
“회피요법은 천식 유발 물질을 피하는 방법이며 가장 일차적인 예방 및 치료법이다. 약물요법으로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흡입용 스테로이드 제제를 많이 쓴다. 이 약은 세균 염증은 악화시키지만 천식의 경우 기도에만 작용해 치료효과가 높다. 이와 함께 기관지를 넓혀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휴대용 증상완화제를 처방한다. 면역요법은 천식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2형 T세포가 우세한 면역체계를 1형 T세포가 우세한 형태로 바꾸는 방법이다.”
―베스트 닥터로서 혼자만의 천식 치료 비법이 있는가.
“꾸준히 치료하는 것 외에 비법은 없으며 증상에 따라 4단계 처방을 한다. 천식 증상이 별로 없는 1단계는 증상완화제만 처방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비상시에만 쓸 것을 권한다. 증상이 비교적 자주 나타나는 2단계는 흡입용 스테로이드 제제를 함께 처방한다. 본격적으로 심해지는 3단계는 테오필린 성분의 먹는 약이나 지속성 교감신경흥분제를 처방한다. 너무 심한 4단계는 먹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추가로 처방한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48시간에 한번씩 먹는다.”
―천식 환자들이 특히 주의할 점은 없는가.
“아스피린 계통의 비스테로이드성 약물, 두통약, 해열제, 관절통약, 진통소염제 등은 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성분명이 ‘프로프라놀롤’인 고혈압 약물도 기관지를 수축시킬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무엇보다 증상완화제를 장기간 쓰면 오히려 염증 억제력이 떨어져 위급할 때 약이 듣지 않기 때문에 자주 써서는 안 된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서울대교수 4명 추천받아 알레르기 분야 명성 확인▼
알레르기 질환 분야에서는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유영 교수가 베스트 닥터로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내과 교수 62명에게 △자신의 가족에게 천식을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 환자가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서울대병원은 교수 4명이 모두 추천을 받아 이 병원 알레르기팀의 명성이 허명이 아님을 입증했다. 지방에서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경북대, 전북대 등이 강세를 보였다.
▼알레르기 분야 11인의 명의들▼
▼천식유발 꽃가루 발견…치료제 개발 ▼
▽박해심(45)=국내 처음으로 천식을 유발하는 새로운 물질인 환삼덩굴 꽃가루를 발견하고 진단법과 면역치료제를 개발했다. 천식과 알레르기 질환을 주제로 낸 논문 100편이 해외 학술지에 게재됐다. 임상 분야에서도 현재 관리하고 있는 천식환자만 3000여 명. 국제 학술잡지 심사위원을 맡고 있으며 유한의학상, 여자의사회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천식유전자 변이 세계 최초 발견 ▼
▽박춘식(52)=순천향대 폐 및 호흡기질환 유전체 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천식분야의 대가로 알려져 있어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온다. 5월에는 세계 처음으로 천식유전자의 변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개인별 맞춤치료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폐와 호흡기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전념하고 있다.
▼'24시간 관리' 새 진료모델 개발 ▼
▽문희범(49)=중증 천식환자의 24시간 관리체계, 삶의 질 평가, 환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새로운 진료 모델의 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현재 아산생명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천식과 비염 등 흔한 알레르기질환 외에도 희귀한 면역 질환에 대한 진단과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어 명성이 높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발병기전 규명 ▼
▽홍천수(54)=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호흡기 알레르기질환의 발병기전을 밝히는 데 크게 공헌했다. 또 반응성 염료에 의한 직업성 천식이 알레르기 면역반응에 의해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 학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80년대 초반 ‘메타콜린 천식유발검사’와 96년 만성기침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유도객담세포검사’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만성기침클리닉 국내 첫 개설 ▼
▽조상헌(44)=96년 국내 처음으로 만성기침클리닉을 개설했다. 국내 소아와 성인의 천식 유병률을 규명했으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 8명 중 1명이 중증 천식환자란 사실을 밝혀냈다. 또 면역체계의 기전을 조절해 천식과 알레르기를 고치는 면역조절치료법에 능하다. 건강검진 분야에 천식을 도입했으며 현재 천식 및 알레르기 질환의 약물유전체연구사업단 부단장을 맡고 있다.
▼유전자 변형식품에 의한 진단 방법 개발 ▼
▽민경업(51)=여러 개의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알레르기와 천식을 유발하는 사실을 밝혔다. 유전자 변형식품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의 진단과 치료를 위한 표준 지침서를 공동으로 만들기도 했다. 97년 제5차 서태평양알레르기학회 조직위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감기바이러스와 천식 관련성 연구 명성 ▼
▽윤호주(43)=감기 바이러스와 천식의 관계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저널에 발표해 독보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천식치료에서 항사이토카인 또는 전사인자 억제제 치료의 역할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흡연에 의한 기도의 염증반응 기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천식 연구의 최고기관인 미 예일대 내과와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다.
▼호흡기질환-대기오염 상관관계 연구 ▼
▽장안수(40)=호흡기질환과 대기오염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관심이 높아 각종 연구사업을 실시했으며 현재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이와 관련된 대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인명정보기관의 ‘2002∼2003 세계 500인의 주요지식인’, 영국국제인명센터의 ‘2003 세계 500인의 지식인’에 잇따라 선정됐다. 2년 전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면역요법 부작용 최소화할 방법 연구 ▼
▽김능수(56)=기관지 천식 환자에서 면역요법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알레르기 원인 치료법 중 하나인 면역요법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 대상자의 선정기준을 정확히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일본 도쿄암센터와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연수했으며 대한천식 및 알레르기학회의 차기회장.
▼'난치성 천식' 최신 치료법 도입 ▼
▽최동철(45)=여러 알레르기 전문의와 협진을 통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난치성 천식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천식의 증상을 조절하기 힘든 환자들에게 최신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외래 및 입원환자를 나누지 않고 치료와 교육을 병행해 환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
▼만성폐쇄성 폐질환에 경험 풍부 ▼
▽강홍모(52)=호흡기 알레르기질환 중 기관지 천식,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진료에 풍부한 경험을 거지고 있으며 기관지경 검사의 대가이다. 천식으로 인한 발작 등 응급상황 때 환자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에 노력하고 있으며 COPD의 치료지침 제작에도 참여했다. 최근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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