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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의학영상 입체화 앞장…박광현 대표

입력 | 2003-10-26 17:25:00


인체 내부를 예술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완벽하게 재현한다. 국내 처음으로 3차원 의학영상 디자인 회사를 표방한 ‘비주얼 에이드(www.visualaid.co.kr)’의 목표다.

병원 또는 의원에 가면 질병과 관련된 그래픽 디자인이 벽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 대표 박광현씨(32)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이다.

“정밀도나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이 많습니다. 방문객의 시선을 잡지 못하죠.”

인체에 대한 지식은 건강상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만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픽이라면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요즘 병의원을 상대로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3차원 의학영상 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원래 건축공학도였다. 그러나 매력을 느끼지 못해 1년6개월 만에 대학을 자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한때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98년 뉴욕에 있는 미술 전문 4년제 대학인 프랫대에서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면서 ‘의학’과 인연을 맺게 됐다.

‘시작의 끝(The end of the beginning)’. 그의 졸업 작품 제목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3차원 동영상으로 재현했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다 보니 작품 제출시한을 넘겨 담당교수를 설득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얻어냈다. 이 작품 제작에는 만 1년이 걸렸다.

그의 작품을 보고 3차원 의학영상 전문회사인 ‘아나토미 트래블’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그는 본격적으로 인체 공부에 뛰어들었다. 장기 사진은 별 도움이 안됐다. 실제로 심장이 뛰는 장면을 재현하려면 살아 있는 심장을 봐야 했다. 수술 현장을 녹화한 뒤 보고 또 봤다.

“처음에는 구역질이 났습니다. 피가 흥건하고 장기가 잘리는 수술 장면에 눈을 질끈 감기도 했죠.”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식사를 하면서도 태연하게 화면을 보게 됐다. 지나가는 사람을 봐도 뼈와 근육, 장기만 보였다.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뼈만 남은 몸이 돌아다녔다. 그러다보니 ‘조금 과장하면’ 의사보다 인체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 팔과 다리를 만지면 어느 뼈가 기형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맞히기도 한다.

그는 아나토미 트래블에 4년8개월간 근무했다. 퇴직 무렵에는 연봉만 8만달러에 이르렀다. 동료들은 창업하려는 그를 말렸지만 그는 더 큰 꿈을 위해 귀국했다.

“비주얼 에이드는 시청각 교재란 뜻입니다. 우리의 작품이 일반인의 의학 지식을 넓힐 수 있는 시청각 교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