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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이나영 "영어 유창하죠, 사실은 중간 이하예요”

입력 | 2003-10-26 17:46:00

이훈구기자


“땡큐 포 커밍. 아이 호프 유 인조이 더 스크리닝(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시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20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열린 영화 ‘영어완전정복’ 시사회. 여주인공 영주 역을 맡은 이나영(23·사진)은 영어로 무대 인사를 해 객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23일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그는 “영어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작품 성격에 맞게 무대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1월5일 개봉되는 이 작품은 일찌감치 영어를 포기했던 9급 공무원 영주와 백화점 신발 매장의 영업사원 문수(장혁)의 뒤늦은 영어 배우기와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이나영은 실제로도 ‘영어정복’에 성공했을까? 그에겐 98년 영어학원에 다니다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기자가 된 묘한 인연이 있다.

“나도 영주처럼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의 희생양이죠. 아마 회화 실력은 상중하 가운데 중과 하, 그 사이쯤 될 거예요. 사랑이나 말 배우기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마음이 통하는 것 아닌가요. 극중에서도 ‘미운 오리’ 영주가 갑자기 공주로 변신하는 건 아니잖아요. 영주의 진지한 마음이 문수를 움직이는 거죠.”

밀랍인형, 새침데기, 공주…. 드라마 ‘퀸’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와 영화 ‘후 아 유’, CF 등을 통해 형성된 그의 이미지들이다. 양동근과 함께 출연한 MBC 드라마 ‘내 멋대로 해라’로 ‘털털하다’는 이미지도 덧칠됐다.

직접 만나보니 실제의 그는 ‘스타 이나영’의 이미지와 달랐다. 이런 식이다.

“뭐 좀 먹어도 되나요?” “전, 이런 데 와서 커피만 먹는 게 너무 아까워요.” “같이 좀 드시죠. 안 드신다구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는 대중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비슷한 구석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전 세상, 인간, 인간의 본성 같은 주제를 많이 생각해요. 좀 엉뚱하죠?”라고 했다. 최근 읽은 책 중에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번 더 읽으면 더 큰 울림이 있을 것 같다고 소개하면서.

“와인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와인은 맛을 모르고, 백세주는 1병, 소주는 반병쯤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점점 스타 이나영은 멀어지고 영주의 모습이 떠오른다.

“평생 연기하겠다는 말은 감히 못하겠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나를 찾아가고 만들어가고 있어요. 중국 여배우 궁리의 얼굴에는 인생의 드라마가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저도 그렇게 될까요?”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