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강경 노조투쟁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112일째 파업을 하고 있는 한국네슬레의 이삼휘(李森徽·사진) 사장은 26일 “정부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주고 회사에 양보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한국네슬레의 경우 올해는 임금협상의 해라서 고용문제 등을 다루는 단체협약은 쟁의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노조가 고용불안을 문서로 해소시켜 달라며 쟁의를 시작하자 청주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섬으로써 쟁의를 합법화해 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노조가 청주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하며 특별근로감독관 파견을 요청하자 쟁의 중에 감독관을 7명이나 파견했다”며 “노동부와 경찰 등은 직장폐쇄 중에 노조가 공장 안에 텐트를 치는 것 같은 불법행위는 놔두고 회사의 잘못을 찾는 데 치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20일부터 어렵게 공장 일부를 재가동시켰지만 청주지방노동위원회에서 23일 가동중지 명령을 내려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파업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끝나면 청주공장을 폐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만들어 스위스 본사에 제출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노위 최기현 사무소장은 “4월 22일 시작된 임금협상 기간 중에 ‘조제분유사업 철수’ 및 ‘농심과 위탁판매계약 체결’ 등 고용불안을 야기할 요인이 생겼으므로 단체협약 개정문제도 거론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쟁의가 장기화되면 쟁의 중에도 감독관을 파견해왔다”며 “한국네슬레 경영층이 합의를 이루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 가동을 중지시킨 것은 임시직과 사무관리직원을 투입해 공장을 가동하다 만에 하나 있을 대형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네슬레 노조 관계자도 “고용안정성이 쟁점이 된 것은 ‘노조원을 이동·전환 배치할 때 사전협의’토록 한 조항을 회사가 먼저 어겼기 때문”이라며 “이 사장은 매일 집중 교섭을 해 24일까지 타결하기로 15일 합의하고도 다음날 16일 입장을 바꿔 노조의 텐트 철거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