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민태가 MVP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웃고 있다. 뉴시스
정민태(33)가 현대였고, 현대가 바로 정민태였다.
에이스 정민태를 앞세운 현대가 한국시리즈 7차전을 잡고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3승3패로 맞선 가운데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최종 7차전. 현대 선발 정민태는 9이닝 동안 SK 타선을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7-0 완봉승을 이끌어냈다. 그로선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인 완투 및 완봉승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온 셈.
포스트시즌 8연승에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3승을 따낸 정민태는 기자단 투표에서 76표 중 74표를 획득해 98년에 이어 개인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세계기록(선발 21연승)도 세운데다 우승도 해 잊혀지지 않는 해가 될 것 같다. 고 정몽헌 구단주께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써 정규시즌 우승팀 현대는 98년과 2000년에 이어 세 번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정규시즌 4위팀 SK는 포스트시즌에서 3위 삼성과 2위 기아를 연파하며 돌풍을 일으켰으나 창단 후 첫 우승 일보직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동수 정성훈 ‘트레이드 선수’ 일등공신…현대 우승까지
“솔직히 시즌 전만 해도 박경완 박재홍이 빠져 나가 우승까지는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김재박 감독(49) 조차 예상 못한 결과였다. 그는 “포스트시즌에만 올라가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팀 전력의 핵심요원이었던 포수 박경완은 자유계약선수(FA)로 나갔고 박재홍은 10억원을 받고 기아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다. SK에서 버린 베테랑 김동수를 연봉 1억원에 잡아 박경완의 자리를 메웠다. 김동수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3할 타율(0.307)을 기록하며 35세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일궈냈다.
박재홍과 맞트레이드한 정성훈은 ‘꿩보다 나은 닭’이었다. 3루수로 완벽한 수비와 함께 팀 내 최고타율(0.343)의 불방망이를 휘둘러 친정팀 기아가 땅을 치게 만들었다.
여기에 일본에서 돌아온 정민태가 가세해 정규시즌 17승과 한국시리즈 3승을 책임지며 마운드를 이끌었고 프랭클린의 대체용병으로 데려온 브룸바는 한국시리즈에서 10타점을 거둬 공을 세웠다.
전력의 누수현상을 슬기롭게 극복한 것 외에 구단의 어려움을 선수단이 단합의 계기로 삼은 것도 돋보이는 부분.
현대는 2001년 후반기부터 서울을 연고지로 삼기로 돼 있으나 야구장이 없어 서울입성을 못하고 있는 상태. 야구규약 상엔 연고지가 서울이지만 홈구장은 수원구장을 사용하는 묘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2년 연속 신인 1차지명도 하지 못했다.
지난 8월 구단주인 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소식이 전해진 것도 충격. 하지만 선수들은 “우승으로 보답하자”고 뜻을 모았고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정회장의 묘소에 다같이 참배를 다녀와 필승의지를 다졌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