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당(굿을 하는 장소)을 종이장식으로 꾸미고 경문(經文)을 읽는 ‘설위설경(說位說經)’의 1인자가 일련의 과정을 일반에 공개하고 전수자 모집에 나섰다.
설위설경 기능보유자인 충남 태안군의 장세일(張世壹·71·충청도무형문화재 24호·사진)씨가 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충청도 설위설경 발표회’를 가졌다. 장씨는 이를 계기로 정기적으로 시연회를 갖고 관련 장식과 도구를 상시 전시한다.
설위설경은 ‘위패를 세우고 경을 읊조린다’는 뜻으로 굿을 하는 행위, 굿당을 꾸미는 종이장식 등을 통틀어 이른다. 전국적으로 발달했으나 지금은 서산 태안 등을 중심으로 충청도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는 ‘앉은 굿’을 말하기도 한다.
굿판은 일정한 제작법이 있는 종이장식 50여가지와 부적 100여가지로 꾸며진다. 장씨가 창호지를 이리저리 접은 뒤 군데군데 칼과 가위로 오려내 펼치면 신령 보살 꽃무늬 동물 등의 모양이 탄생한다.
그는 또 스승인 한응회(韓應會·1900∼1974)옹 등으로부터 배운 경문 30여가지를 집대성한 ‘경문요집(經文要輯)’을 만들었으며 한 차례 독경하는 데 1시간반 안팎이 걸리는 이 경문을 거의 모두 왼다.
설위설경에는 민중의 애환이 배어 있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그 옛날 마을과 집안이 불가항력적인 우환으로 속수무책일 때 정성스럽게 장식을 만들고 소망을 빌어 온 전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장씨는 “그동안 설위설경이 비전인 것처럼 은밀하게 전수돼 왔지만 지금은 전통민속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전통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전수자가 별로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태안=지명훈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