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국민투표와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권의 합의’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국민투표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며 당초 제시했던 실시시기(12월 15일)를 다소 늦출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선(先) 측근비리 규명을 거듭 촉구한 뒤 “국민투표는 위헌 시비가 있으므로 신속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 만일 위헌이 아니라면 가결정족수 등 국민투표법을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도 위헌 시비를 불식시킬 방안을 찾고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민투표의 순수한 의도를 강조했다. 그는 26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의 회동에서 “헌법을 유린한다거나 국회기능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허물이 생겼으니까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한 것이다. 그런데 예측이 빗나갔다. 당연히 정치권이 환영할 줄 알았고, 신임 여부도 팽팽할 줄 알았는데 난감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박 대표의 계속되는 철회 요구에 “다시 한번 여러모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원기 창당주비위원장은 25일 회동에서 “국정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12월 15일 실시하는 게 좋다. 이런 문제로 설왕설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이번 회동들을 통해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편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방법이란 시기 조정 등을 언급한 것 같다”고 말해 국민투표 실시 조정문제에 탄력성 있게 대처할 것임을 시사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