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택가격이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민관 경제연구소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수급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력한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서서히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 하지만 국지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은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한 직접 원인인 저금리가 시장에 대부분 반영된 상태에서 각종 주택요인을 감안할 때 내년부터는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2·4분기(4∼6월)까지는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하다가 하반기부터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시장에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도 최근 내놓은 ‘2004년 부동산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조만간 내놓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책과 대출금리의 본격적인 상승 등의 영향으로 주택가격이 내년 2·4분기부터 하향 국면에 접어들어 내년 평균가격이 올해보다 0.5∼2.0%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건설경제협의회는 “내년에는 주택공급 물량 과잉현상이 지속되고 경기회복으로 금리인상도 예상돼 주택가격이 1∼2% 떨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조만간 내놓을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초강수일 때는 하락률이 3∼4%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정부의 투기억제 대책과 상관없이 내년 부동산시장은 약보합세로 돌아설 것인데 자칫 반(反)시장적 공개념 대책까지 더해진다면 집값 폭락으로 경기회복에 큰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우려할 정도다.
다만 서울 강남지역은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대신경제연구소는 “내년에 부동산가격이 본격적인 하향세로 돌아선다고 해도 정작 문제의 핵심인 서울 강남지역은 교육과 환경 등 특수한 상황여건으로 하락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토지시장에 대해선 경기 회복과 주5일 근무제 본격화, 행정수도 및 신도시 개발 등으로 수요가 늘면서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전원주택 용지나 펜션 용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도심지 상업용지는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내년 7월 시행 목표로 법 제정을 추진 중인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아파트의 분양조건이 크게 까다로워진다. 20가구 이상이면 일반아파트와 동일한 분양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어올랐던 도심 상업용지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