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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3]삼성물산 '외국어 면접'

입력 | 2003-10-27 17:40:00

한 취업희망자가 삼성물산 회의실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하고 있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사진제공 삼성물산


“영어 구사 및 사업추진 능력 외에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견디나를 함께 시험하는 것 같았습니다.”(면접자 A)

“실제 일어났던 사례를 1시간 안에 분석해 영어로 발표하는 것이어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해보고 나니 어떤 일이라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면접자 B)

24일 오후 3시 경기 성남시 분당에 있는 삼성물산 본사 17층 회의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이 신입사원 채용 때 실시하고 있는 ‘영어 면접’의 현장이었다.

영어 면접은 200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영어 발표(프레젠테이션)’와 올해 처음 도입한 ‘영어 집단 토론’으로 이뤄진다.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특정주제를 주고 1시간 동안 준비해 5, 6분 영어로 발표한 뒤 4, 5분 동안 면접관의 질문에 영어로 대답하는 방식. 주제는 삼성물산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례를 4, 5페이지로 요약한 것이다. 이날 이공계와 어문계 면접대상자에게 주어진 주제는 각각 △중동의 한 나라 장관 아들이 정유공장(Oil Plant)을 합작으로 설립하자는 제의를 받았는데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와 △루마니아 제철소에 투자하기 위해 검토해야 할 위험 요인과 관리방안이었다.

이날 면접관 역할을 한 이길한 인사팀 부장은 “영어의 의사소통능력은 물론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창의성 △주어진 프로젝트를 이해하는 직무능력 △꼭 이뤄내겠다는 직무동기 등 4개 항목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5, 6명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두 편으로 나누어 찬반 토론을 벌이는 ‘영어 집단 토론’ 면접을 한다. 처음 20분 동안은 우리말로 토론을 하다 나머지 20분은 갑자기 말을 바꾸어 영어로 진행된다. 이날 주어진 토론 주제의 하나는 ‘인터넷에서의 음란·폭력물에 대한 검열’.

집단토론 면접관으로 참여한 이철웅 인사팀 차장은 “상대방을 설득하고 반론을 펴는 능력과 상대방 주장을 듣는 자세 등을 7단계로 평가한다”며 “프레젠테이션은 1시간 준비하지만 토론은 사전 준비 없이 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서 어떤 대응능력을 보여주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프레젠테이션 및 집단토론에 참여한 면접대상자는 96명. 총응시자 1500여명 가운데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토익(TOEIC) 평균점수는 940점. 만점(990점)을 받은 사람도 4명이었다. 삼성물산은 이들 가운데 30명을 최종 선발할 계획. 영어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제일기획이 올해부터 도입했고 다른 삼성 계열사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