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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개정안 어떤 내용 담고있나

입력 | 2003-10-28 16:15:00


28일 각의에서 통과된 민법개정안은 호주(戶主)를 중심으로 가족을 설정하던 호주제 관련조항을 모두 삭제함으로써 평등하고 현실적인 가족제도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사회구성의 기본단위인 가족생활과 신분등록제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뿐 아니라 일제가 도입한 호주제가 90여년 만에 폐지되고 여성계의 40년 숙원사업이 해결되는 것이다.

현행 민법은 호주를 중심으로 호주와의 관계로 동일한 호적에 올라있는 사람들을 가족으로 규정하고 호주는 부계(父係) 중심으로 승계돼 가부장적 가족제도를 고착화하는 것은 물론 현실의 다양한 가족형태와 맞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민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알아본다.

▽장인 장모도 가족=이날 통과된 민법개정안은 호주에 관한 규정, 호주제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규정을 삭제하고 호주와 가족구성원과의 관계로 정의된 가족 개념을 재규정했다.

당초 법무부가 제출한 민법개정안은 호주제를 폐지하는 내용만 들어있었으나 지난 주 국무회의에서 고건(高建)국무총리가 "호주제 폐지에 따른 가족해체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법무부가 가족의 개념을 재규정한 내용을 보완해 법안을 재상정했다.

호주제와 관련해 삭제된 내용은 △입적 복적 일가창립 분가 규정 △호주승계(민법 제4편 제8장) △처의 부가(父家) 입적조항(제 826조 제3항, 제4항) 등이다.

새로 규정된 가족의 범위는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 하는 그 형제자매'로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새로 규정된 가족의 범위에 따르면 과거와는 달리 결혼한 아들딸은 물론 생계를 같이하는 장인 장모도 한 가족으로 정의돼 가족의 개념이 크게 달라졌다.

▽엄마 성(姓) 쓸 수 있다=자녀는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도록 돼있는 '부성 강제'조항을 폐지하고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부성원칙'을 신설했다(개정안 제865조의2 제1항 신설). 어머니 성을 따를 때도 아무 때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혼인신고 시 부부가 합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따르거나 같은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2명 이상의 자녀들이 서로 다른 성을 따르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재혼 가정 자녀 성(姓) 바꿀 수 있다=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姓)과 본(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 또는 자녀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다(개정안 제865조의 2 제6항 신설). 이에 따르면 재혼 여성이 자녀에게 계부(係父)의 성을 물려주거나 이혼 여성이 자신의 성을 주려고 할 때 가정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며 이때 전 남편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녀의 복리'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정할 경우에만 성의 변경이 허용돼 자녀의 성 변경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개정안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남녀차별' 조항을 삭제했다. 즉 현재는 남편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아내 동의 없이 입적시킬 수 있는 반면 아내가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입적시킬 때는 남편의 동의 및 그 아이가 속한 가(家)의 필요하다.

그러나 개정안은 혼인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반드시 아버지의 호적에 들어갈 필요가 없으며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 가운데 아무 것이나 따를 수 있게 된다.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