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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동서남북/경북도 '재탕 삼탕' 개발계획

입력 | 2003-10-28 18:49:00


경북도가 27일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을 발굴해 ‘산업웅도(雄道)’로 부상하겠다”며 12개 전략 품목을 선정한 것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경북도의 주장대로 ‘야심 찬’ 계획도 아니다. 그동안 지겹도록 나온 ‘구호’다.

2001년 8월만 해도 경북도는 북부자원권 동부연안권 중서부내륙권 남부도시권 등 4개 권역으로 경북을 나눠 개발하겠다고 ‘야심 찬’ 계획을 쏟아냈었다.

6월 ‘경북의 비전과 발전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거의 같은 내용을 되풀이 했으며, 23일 열린 경북도내 부시장 부군수 회의에서도 내년부터 ‘경제제일 도정’을 목표로 재도약하자며 같은 내용을 재탕했다.

그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바이오’ ‘IT BT NT’ ‘동북아 경제허브’ ‘혁신 클러스터’ ‘경북 사이언스 폴리스’ ‘동북아 비즈니스센터’ ‘문화컨텐츠 트라이앵글’ ‘U자형 개발’ ‘미래성장동력’ ‘거버넌스적 지역협력 네트워크’ 같은, 뜻도 어려운 화려한 말뿐이다.

구미권에 전자와 정보통신 IT산업을 육성한다거나 포항권에 철강 및 나노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 등은 경북도가 아니더라도 구미시와 포항시 등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것들이다. 경북도가 마치 경북지역의 23개 시군을 거느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년부터 울진 영덕의 동해안 개발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점도 미덥지 못하다. 8000억원 가운데 7000억원 가량은 민자유치를 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부족하다. 1996년 요란하게 발표한 경북북부지역 개발 계획이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13개 대학이 모여 있는 경산지역을 지식과 인재, 기술의 공급원으로 만들기 위한 ‘지식밸리’로 육성한다는 계획도 정작 대학 쪽에서는 ‘모르는 일’이다.

이의근(李義根) 경북도지사는 그동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여건과 특성을 살린 창의적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라면서도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등 획기적 지원책이 관건”이라고 서로 충돌하는 주장을 해왔다.

첨단 산업도 중요하지만 경북은 농어업을 외면할 수 없는데도 농어업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장수마을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도 고령화시대를 대비해 경북을 전국 최고의 노인복지 천국으로 만든다는 등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은 뒷전이다.

멀지 않아 “계획은 좋았는데 돈이 없어 못했다”는 이야기가 슬그머니 나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