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한나라당 운영위원회에서 새로 임명된 이재오 사무총장(오른쪽)과 홍준표 전략기획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실을 방문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서영수기자
SK비자금 사건의 돌풍에 비틀대던 한나라당이 28일 당직 개편을 통해 비상체제를 가동하면서 정국 대응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오후 수원 중소기업센터에서 열린 경기도지부 후원회에서 “야당은 명분을 놓치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금 한나라당은 명분에 심한 타격을 받아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대선자금 ‘전면특검’ 제안에 대한 일각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는 대검 중수부가 끝까지 하라”며 “다만 아직 손대지 않은 대통령 관련 비리나 대선자금 문제는 특검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 대표는 검찰이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을 긴급 체포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명했다.
최 대표는 이날 후원회에 앞서 열린 당 운영위원회의에서 “이미 김영일(金榮馹) 전 사무총장이 다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는데도 (당직자의) 지시를 받아 움직인 사무처 직원을 큰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앞으로 검찰이 이 전 국장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목하겠다”고 경고했다.
▽돌아온 저격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사무총장과 전략기획위원장을 각각 맡은 이재오(李在五)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돌아온 저격수’라고 쓰지 말아 달라. 우리들은 원칙주의자다”고 말했다.
최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직 개편에 대해 “투쟁 일변도가 아니라 재신임, 비자금 정국과 KBS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총동원 체제”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그러나 강경파인 이재오 홍준표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의 전진 배치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 비리에 대한 과감한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이 신임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장 “한나라당의 의혹을 비켜가진 않겠지만 노무현 권력의 부패에 대해서도 주저하거나 눈 감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칼끝을 거두고 죽은 권력에 칼끝을 들이대는 오만한 모습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검법안 추진 전망=한나라당은 검찰 수사 ‘물타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특검 수사대상에 대통령 측근 비리를 어느 범위까지 포함시키는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당 지도부가 28일 확정한 특검 수사대상은 △SK비자금의 정치권 유입 △정대철(鄭大哲) 전 민주당 대표의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 의혹 △이상수(李相洙) 전 민주당 사무총장의 100대 기업 상대 모금 의혹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11억원+α’ 수수 사건 등 4가지 정도. 이외에 노무현 선거 캠프의 이중장부 의혹도 당연히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의 금품수수 의혹 등 다른 대통령 측근 비리를 추가로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문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의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협의해 2배수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특검 후보는 대한변협회장이 단독으로 추천해왔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29일 오전 원내 대책회의를 갖고 법안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며 가능하면 법안을 민주당과 공동 발의하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특검에 유보적 입장이어서 특검 공조가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주요 당직개편 및 비상대책특위 인선내용주요 보직비상대책위원장 겸 사무총장이재오 의원비대위 위원(12명)홍준표 김문수 정형근 이방호 허태열 안상수 이주영 심규철 김영선 원희룡 의원, 황영철 진영 위원장전략기획위원장홍준표 의원대외인사영입위원장김문수 의원여성위원장김정숙 의원기획위원장진영 용산지구당 위원장수석부대변인은진수 강서을지구당 위원장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재오 사무총장 프로필▼
▽이재오 사무총장=‘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등으로 5차례에 걸쳐 10여년을 감옥에서 보낸 골수 재야 출신의 재선의원. 저돌적 업무 스타일에 다소 독선적이라는 평도 듣는다. 2001년 5월 당내 총무경선에서 4수 끝에 당선돼 ‘이용호 게이트’ 등 김대중 정부의 비리규탄 공세를 주도했다. 지난해 대선 때 대선기획단의 ‘나바론’ 팀을 이끌며 ‘병풍(兵風)’ 등에 맞선 대여 투쟁에도 앞장섰다. 올 6월 당 대표경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경북 영양(58) △중앙대 △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사무국장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민중당 사무총장 △15, 16대 의원 △한나라당 원내총무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