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민법 개정안은 호주(戶主) 중심으로 가족 개념을 설정하고 있는 현행 호주제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대신 여성계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부계(父系) 중심이 아닌, 평등하고도 현실적인 가족제도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알아본다.
▽장인 장모도 가족=개정안은 호주에 관한 규정과 호주제를 전제로 한 여러 가지 규정을 삭제하고 호주와 가족구성원의 관계로 정의된 현재의 가족 개념을 현실적으로 재규정했다.
당초 법무부가 낸 민법 개정안은 호주제 및 가족개념 폐지가 들어 있었으나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고건(高建) 국무총리가 “호주제 폐지에 따른 가족 해체의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해 법무부가 가족의 개념을 재규정한 내용을 보완해 법안을 재상정했다.
호주제와 관련해 삭제된 내용은 △입적 복적 일가창립 분가 규정 △호주승계(민법 제4편 제8장) △처의 부가(夫家) 입적조항(민법 제 826조 제3항, 제4항) 등이다.
개정안은 새로운 가족의 범위를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 하는 그 형제자매’로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새로 규정된 가족의 범위에 따르면 과거와는 달리 결혼한 아들딸은 물론 생계를 같이하는 장인 장모도 한 가족으로 정의돼 가족의 개념이 크게 달라진다.
▽엄마 성(姓) 쓸 수 있다=개정안은 자녀가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도록 돼 있는 ‘부성(父姓)강제’ 조항을 폐지하고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부성원칙’ 조항을 신설했다.
그러나 어머니 성을 따르는 것은 아무 때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혼인신고시 부부가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을 모두 따르거나 같은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2명 이상의 자녀가 서로 다른 성을 갖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재혼가정 자녀 성(姓) 바꿀 수 있다=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아버지, 어머니 또는 자녀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혼여성이 자신의 자녀에게 계부(繼父)의 성을 물려주거나 혼자 사는 이혼여성이 자녀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가정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지만 전남편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자녀의 복리’가 필요하다고 법원이 판정할 경우에만 성의 변경이 허용돼 자녀의 성 변경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개정안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남녀차별’ 조항을 삭제했다. 즉 현재는 남편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아내 동의 없이 입적시킬 수 있는 반면 아내가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 낳은 아이를 입적시킬 때는 남편의 동의 및 그 아이가 속한 가(家)호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정안은 혼인관계가 아닌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반드시 아버지의 호적에 들어갈 필요가 없으며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 가운데 아무것이나 따를 수 있게 했다.
민법 개정안 주요 내용조항현행개정안자(子)의 입적(入籍) 및 성(姓)과 본(本)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버지의 호적에 올린다. 아버지가 외국인일 때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른다(부성 강제).-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한 경우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른 다(부성 원칙).-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아버지 어 머니 또는 자녀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자녀의 성과 본 변경이 가능하다.-혼인 외의 출생자가 인지된 경우 자녀는 부모의 협의에 의해 종전의 성과 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인지 전의 성과 본을 사용할 수 있다.가족의 범위호주의 배우자, 혈족과 그 배우자 기타 민법에 의해 그 호적에 올려진 사람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그 형제자매호주(戶主)의 정의 일가의 계통을 계승하거나 분가한 사람 등을 호주로 규정한다.삭제입적, 복적(復籍), 일가창립, 분가(分家) 등호주제를 전제로 한 입적, 복적, 일가 창립, 분가에 관한 규정삭제 아내의 입적아내는 남편의 호적에 올린다. 삭제호주승계호주가 사망하거나 국적을 상실했을 때 호주가 승계되며 그 순서를 피승계인의 직계존비속 남자와 직계존비속 여자, 아내의 순으로 규정한다.삭제
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