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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돈 나의 인생]합리적 지출이 충동구매 막는다

입력 | 2003-10-29 17:55:00


“엄마는 돈 쓰는 사람이잖아.”

결혼 10년차 전업주부 전모씨(38)는 얼마 전 일곱 살짜리 딸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딸의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아빠는 돈 버는 사람, 엄마는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딸을 백화점으로, 할인점으로 데리고 다닌 탓이었던가. 전씨는 딸에게 ‘합리적 소비 주체’로서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요즘 전씨는 딸과 함께 백화점을 다니면서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이 왜 다른지 비교 설명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물건을 구입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하는지에 대해 얘기해준다. 신용카드를 쓸 때면 현금과 카드의 차이점을 설명해 준다.

▽모으는 것만큼 쓰는 것이 중요한 시대=매월 200만원씩 버는 가정이 소득의 절반은 생활비로 쓰고 절반은 저축한다고 치자. 요즘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저축 100만원에 대해 1%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보다 생활비를 절약해 1만원을 모으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휴대전화 한번 덜 쓰고, 택시 대신 버스를 한번이라도 더 타면 1만원 정도는 쉽게 절약할 수 있다. 돈을 쓰는 것이 모으는 것만큼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가정의 소비지출권을 가진 여성의 역할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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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신에게 적합한 소비 수준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개인소득은 크게 소비와 저축으로 나뉜다. 재무설계사들은 적정 소비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60―나이’ 저축비율 원칙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 6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을 최소 저축비율로 정하면 적정 소비 수준을 산정할 수 있다.

예컨대 20대에서는 최소한 소득의 40%는 저축해야 한다. 반면 40대가 되면 교육비가 늘고 집을 넓혀가는 등 돈 나가는 곳이 많으므로 소득의 80% 정도를 쓰게 된다. 60대까지는 소비 비중이 계속 늘어나므로 저축의 여유는 그만큼 줄어든다.

▽평균 소비지출과 비교하기=맞벌이 여성 이모씨(45)는 남편과 함께 한달 평균 420만원을 번다. 지난달 외식비를 계산해보니 60만원 가까이 나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한번만 가도 15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씨 가족의 외식비 수준이 합리적인지를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한국 평균’과 비교하는 것이다. 통계청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도시가구 소비지출 항목이 가장 좋은 비교 대상. 올 2·4분기(4∼6월) 통계에 따르면 도시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액 186만원에서 외식비 비중은 13% 정도인 24만원선. 이씨 가족의 적정 외식비 지출 수준은 54만원이므로 6만원가량 과소비한 셈이다. 통계청 통계정보 홈페이지(www.stat.go.kr)에는 가계 지출과 소득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다.

▽소비지출, 이것만은 알아두자=상명대 양세정 소비주거학과 교수는 “과소비 충동구매와 같은 그릇된 소비활동을 막기 위해서는 구매순위를 결정할 때 두 가지 원칙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첫째, ‘필요(need)’가 ‘욕구(want)’보다 앞서야 한다. 어떤 물건을 사기 전 언제나 그 물건이 지금 필요한지, 구입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등을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둘째, 고정지출이 변동지출보다 앞서야 한다. 고정지출은 식료품비(외식비 제외), 교육비, 광열비 등 매달 일정금액 나가는 지출이다. 변동지출은 의류비, 교통통신비 등 매달 유동성이 큰 지출과 휴가비, 경조사비 등 1년에 몇 번 필요한 지출을 합한 것이다. 고정지출을 먼저 떼어놓은 뒤 남은 것으로 변동지출 부분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서 배분한다.

일단 물건을 구입했다면 지출 항목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가계부는 가계관리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기초 자료다. 가계부 작성시 지출내용을 숨기지 말고 기록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경우 그날의 지출로 표기한다.

만일 여력이 남는다면 자산과 부채를 목록화한 자산상태표와 소득, 생활비, 세금 등을 근거로 돈의 흐름을 알아보는 가계수지상태표를 작성해보는 것도 좋다. 자산상태표는 기업의 대차대조표, 가계수지상태표는 손익계산서에 해당한다.

여성개발원 김종숙 가계경제학 박사는 “소비는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줄이라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일반적으로 20대는 교통통신비, 30대와 60대 이상은 보건의료비, 40대는 교육비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소비성향 체크 리스트 ▼

□가계부를 쓰지 않는다.

□유명 브랜드를 고집하는 편이다.

□빚을 내서라도 체면을 차리는 게 중요하다.

□내가 내는 세금의 종류와 내용을 잘 모른다.

□구매계획을 안 세우고 대충 사는게 편하다.

□매달 외상값 갚아야할 때가 오는게 두렵다.

□식사값이나 술값은 내가 내는 게 마음 편하다.

□적금을 들지 않는다.

□노후대비 저축계획은 아직 없다.

□체계적인 부채상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돈 되는 대로 갚는다.

10개 문항 중 체크된 것을 기준으로 아래 가이드라인에 따라 본인의 소비성향을 자가 진단함.

▷7개 이상: 하루살이파. 파산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5, 6개: 기분파. 돈에 연연하기보다는 낭만과 기분을 중시한다.

▷3, 4개: 알뜰살뜰파. 당신의 좌우명은 ‘근검절약’이다.

▷1, 2개: 미래확실파. 언젠가 반드시 부자가 될 것이다.

자료:녹색소비자연대

▼'여성금융 가이드' 지난 목차 ▼

1회. ‘여성금융’ 왜 필요한가(9월18일자)

2회. 노후, 준비안하면 비참해진다(9월25일자)

3회. 준비된 이혼이라야 홀로 선다(10월2일자)

4회. 뿌리치기 힘든 족쇄 ‘사교육비’(10월9일자)

5회. 젊은 미혼 여성의 재테크(10월16일자)

6회. 여성이여, 돈을 밝혀라(10월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