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익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전북 현대-수원 삼성의 경기가 끝난 뒤 일부 팬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경기장내 유리창을 부수고 있다. 익산=뉴시스
‘폭력은 가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관중폭력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최근 관중 및 각 팀 서포터스들의 그라운드 폭력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연맹은 폭력을 부추긴 서포터스들의 홈페이지를 추적해 주동자를 색출해 고발하고 폭력 가담자의 사진을 찍어 형사처벌토록 하는 등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지난 26일 익산공설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북 현대모터스와 수원 삼성경기 후 발생한 서포터스의 난동 관련자 전원을 해당 경찰서에 형사 고발키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 연맹은 또 서포터스 난동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전북에 벌금 300만원을 부과했고 재발 땐 전북의 다음 홈경기 개최권을 박탈해 연맹이 지정하는 제3의 중립지역에서 경기를 열기로 했다.
김원동 연맹 사무국장은 “유럽식 훌리건(그라운드 폭력 난동배)으로 발전하기 전에 축구계가 모두 나서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상벌위원들은 서포터스들이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팀 감독과 선수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뒷풀이’식으로 하고 있어 위험수위를 넘었다고 분석했다. 일부 구단에서 너무 가혹하다는 반대도 있었지만 소수의 불량 팬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팬이 피해를 입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
‘익산사태’ 땐 팬들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며 플라스틱 파이프 등을 들고 심판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고 상대 팀 선수라커룸에까지 진입해 난동을 피웠다. 이번 건을 비롯해 9월21일 수원-울산 현대전 때도 수원응원단이 난동을 부리는 등 최근 관중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선 그라운드 폭력에 대해선 ‘철저히 대비하고 피도 눈물도 없이 처벌’하는 게 원칙. 구단과 경찰이 연계해 축구장 폭력을 사전에 철저히 방지한다.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2000년부터 훌리건의 개인 신상자료를 공유해 폭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팬들은 출국과 입국자체를 못하게 하고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