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사진전에 나오는 사진작품. 쓸쓸하면서도 황량한 대자연을 배경으로 말없이 걸어가는 동자승과 비구승의 모습을 통해 깊은 사유의 세계로 함께 걸어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작은 사진은 ‘아프리카의 하루’ 전에 나오는 작품들. 사진제공 김광부
《아프리카와 인도 라다크. 쉽게 가 볼 수 없는 땅이지만, 최근 이 곳을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는 사진전이 잇따라 열려 주목된다. 전시장을 돌아보면 아름답고 쓸쓸한 풍경들과 우리와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호흡이 그대로 느껴져 숨 가쁜 일상에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프리카 사진전
‘2002년 2월 28일 아프리카는 멈췄다.’ 퓰리처상과 세계 보도사진상을 수상한 쟁쟁한 사진기자들을 비롯해 전 세계 26개국 100명의 사진작가들이 아프리카 대륙 53개국의 집, 학교, 직장을 무대로 ‘아프리카의 하루(A Day in the Life of Africa)’를 찍었다. 협곡, 동굴, 정글, 사막 등 광대한 풍경부터 하루 24시간 동안 펼쳐지는 사람들의 일과 놀이,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까지 고스란히 사진 속에 담겨 있다.
미국 작가 조지 스타인메츠가 촬영한 나미부 사막.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투투 주교는 영문판 사진집의 서문에서 “아름답고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은 아프리카 대륙이 전쟁, 기아, 에이즈의 고통과 비극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로애락의 아름다운 삶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특별전시장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아프리카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250점의 사진이 선보인다. 이 사진들은 최첨단 디지털카메라로만 촬영했다.
이번 전시는 미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코엔이 20년 전부터 기획해 온 ‘Day in the Life(일상의 하루)’ 프로젝트 중 하나. 코엔은 그동안 전 세계 작가들과 함께 일본 중국 스페인 인도 태국 등의 ‘어느 하루’를 카메라에 담아 13차례 세계 순회전을 열어왔다. 관람은 무료. 02-6255-3200
●라다크 전
인도 라다크는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인근에 위치한 지역. 주민들이 티베트 불교를 믿고 자연도 티베트 풍광을 닮아 ‘리틀 티베트’로도 불린다. 면적은 남한보다 조금 넓지만, 온통 험한 산들이 들어찬 평균 해발 3500여m의 고지에 주민 30여만명이 농사와 유목으로 살아간다. 겨울이 여덟달 동안 계속되는 악조건을 공동체 생활로 이겨내며 후덕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살아가는 라다크인들의 삶을 사진작가 김광부씨가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가 7월 이곳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에는 수행과 명상의 향기가 가득한 풍광과 천진한 미소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회색 톤으로 가득한 대지는 쓸쓸하면서도 황량하지만, 가난한 옷차림의 사람들 표정은 더없이 밝고 따뜻하다.
김씨는 “산과 바람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면서 “라다크의 자연과 사람들은 물질과 기계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진정 어떻게 마음의 평온을 얻고 살아야 할지 묻는 듯했다”고 말했다. 2×4m 대작 4점을 포함해 20여점의 사진들이 걸린다. 11월 12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빔(bimm) 갤러리. 02-723-8574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