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오른쪽)는 워싱턴 방문 사흘째인 29일(현지시간) 미 상원 하트빌딩 내의 샘 브라운백 의원 사무실에서 브라운백 의원(왼쪽) 등과 면담을 갖고 북한의 핵 보유 및 인권 실태를 증언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미국을 방문 중인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방문 사흘째인 29일(현지시간) 샘 브라운백,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 등 상원의원들과 국무부 고위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이날 황씨는 브라운백 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방문 목적에 대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민주주의적 공조와 협조, 동맹 강화에 이바지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브라운백 의원은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를 최고위층 탈북자인 황씨에게 직접 듣기 위해 만났다”면서 “황씨를 의회청문회에 초청했으나 황씨가 공개적인 행사보다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황씨는 이날 오전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TBS, NTV, TV 아사히 등 일본 TV 방송사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 보유와 관련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서 우리도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간부들을 어떻게 표창했으면 좋겠느냐고 나에게 물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황씨는 브라운백 의원의 사무실 앞에서는 기자들에게 “나는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만 얘기하겠으며 잘 모르는 사항을 추측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황씨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민주화를 통한 단계적 체제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지만 자신의 미국 체류 기간 중 북한 망명정부 수립선언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황씨는 국무부를 방문해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및 존 볼턴 차관의 선임자문관인 프레드 플레이츠와 면담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체제를 직접 경험한 인사와 북한에서 현재 무엇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해 의견을 나눌 기회를 가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황씨의 참석 여부로 관심을 모은 상원의 30일 북한 인권관련 청문회는 다음달 4일로 연기됐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