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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이슈]두통 유발하는 ‘해리포터 중독’도 마법인가?

입력 | 2003-11-02 17:33:00


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 열광시키며 마니아를 만들어 낸 ‘해리포터 시리즈’가 두통을 유발한다?

얼핏 들으면 말도 되지 않는 얘기 같지만 실제 ‘해리포터’를 탐독한 일부 아이들에게서 두통이 나타났다. 이 두통은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마법학교의 이름을 따 ‘호그와트 두통’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미국 조지워싱턴의대의 하워드 베넷 박사는 지난달 29일 발행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지에 “해리포터 시리즈 최신작인 5탄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2, 3일 동안 쉬지 않고 읽은 8∼10세 아이 3명이 육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두통을 호소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870쪽 분량의 책을 읽느라 힘을 너무 쏟아 긴장하는 바람에 스트레스가 생겼다는 것.

‘해리포터 중독’은 ‘치료’도 거부하게 만들었다. 베넷 박사가 독서 중단을 권했지만 2명이 이를 거절하고 대신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선택한 것.

그렇다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두통은 계속 됐을까. 3명의 아이 모두가 책 뒷장을 덮은 지 하루, 이틀 만에 두통이 사라졌다. ‘호그와트 마법’이 사라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어린이 두통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베넷 박사는 이에 대해 책의 두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탄과 2탄이 각각 300여쪽, 3탄이 400여쪽, 4탄이 900여쪽으로 4탄을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책의 두께가 얇았다는 것.

해리포터 시리즈의 저자 조앤 롤링은 앞으로도 2권의 책을 더 출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베넷 박사는 “롤링이 책 분량을 계속 늘인다면 호그와트 두통은 전염병처럼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롤링이 다음에 낼 책 분량을 어느 정도로 할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아직 이런 증세를 보인 경우는 없다. 아무튼 해리포터의 무용담이 결말을 맺기 전까지 두통을 호소할 아이들은 늘어나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