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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통증치료…김찬 교수

입력 | 2003-11-02 17:44:00

아주대병원 통증클리닉 김찬 교수는 “통증은 우리 몸의 이상을 알려주는 경고등이지만 지속되면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병일 수 있다” 고 설명한다.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아주대병원 통증클리닉 김찬 교수(54)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그를 만나기는 어렵다. 그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수술실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통증클리닉이란 별도의 분야로 개업할 수 있도록 개척한 임상의사이기 때문. 그 자신도 수술실이 아닌 통증클리닉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외래환자를 주로 진료한다.

1990년 이전만 해도 국내에서 통증 치료는 말기암 환자나 수술 후 통증을 치료해 주는 보조요법에 지나지 않았다. 김 교수가 현재의 통증클리닉을 만든 것은 일본의 유명한 통증클리닉이 있는 간토체이신병원에 연수를 간 것이 계기가 됐다. 그 병원에선 대상포진, 다한증, 3차신경통 환자에게서 생기는 통증을 별도의 질병으로 보고 진료하고 있었다.

그 후 10여년이 지났다. 김 교수는 ‘국내 최다’가 아닌 ‘세계 최다’라는 꼬리표를 달기 시작했다. 5월에 3차신경통 환자에게 알코올을 이용한 신경차단술 1000건 성공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세계 최다. 또 앞서 3월엔 다한증 환자 치료를 위한 교감신경차단술을 1100건 성공했다.

―통증클리닉에서 사용되는 치료제와 먹는 진통제와는 무엇이 다른가.

“먹는 진통제는 장에서 흡수돼 필요 없는 부위까지 간다. 가령 진통제의 일종인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NSAID)는 통증 부위의 염증을 제거하지만 위에도 작용해 위염이 생기는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통증클리닉에서 주로 사용되는 치료제인 국소 마취제와 스테로이드는 통증 부위에 주사기로 주입해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 전도를 차단하므로 전신 부작용이 없다. 이때 주입된 치료제는 신경의 염증과 부종을 줄이고 근육을 이완시키며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통증 치료는 일시적인 효과일 뿐 근본치료가 아니라는 말이 있는데….

“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려주는 경고등이다. 이때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통증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면 이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며 평생을 고통 속에서 지낼 수 있다. 가령 물이 똑똑 떨어져 바위가 파이면 복원이 불가능하듯 통증도 계속 신경에 자극을 주면 결국 척수와 뇌신경에 변성을 가져와 치료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초기에 물이 떨어지는 것을 막듯이 통증을 치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통증클리닉에서 가장 효과를 보는 질환이 있다면….

“얼굴 한쪽이 찌르는 듯 아픈 3차신경통 환자는 신경과나 신경외과에서 항경련제와 같은 간질약으로 치료받는다. 이때 10명 중 7명이 통증이 감소되지만 근본적 치료는 아니다. 그리고 대부분 약에 내성이 생겨 약의 용량을 점점 늘려야 한다. 통증클리닉에선 2∼3분 정도의 신경파괴술로 90%가 바로 좋아지며 두세번 더 치료받으면 대부분 완치된다. 평균 1∼6년 정도 지나면 신경이 다시 살아나므로 이때 다시 통증 치료를 받는다. 얼굴 손 발 등에 땀이 심하게 나는 다한증은 수술이나 내시경으로 땀을 일으키는 교감신경을 절제하지만 40∼50%는 수술 후 앞가슴 허벅지 등에 땀이 새로 나는 보상성 다한증이 생긴다. 통증클리닉에선 가는 바늘로 알코올을 주입해 교감신경을 파괴하는 간단한 시술로 이를 대부분 치료한다. 부작용인 보상성 다한증은 1%로 뚝 떨어진다. 보상성 다한증의 재발률은 수술할 경우 1% 미만이지만 통증치료는 6∼8% 정도로 높다. ‘통증의 왕’이라는 대상포진도 피부과에서 1, 2주 정도 입원 치료를 받더라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피부과와 통증클리닉이 협진하면 환자는 고통을 훨씬 덜 느낀다. 특히 대상포진 초기에 신경치료를 받으면 난치성 만성 통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목과 허리 디스크의 통증이나, 만성적으로 얼굴 부위가 둔하게 지속적으로 아픈 안면신경통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증 치료법의 최신 경향은….

“고주파 열응고술과 척추전기자극술이 나와 통증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고주파 열응고술은 통증을 발생시키는 신경만 골라 파괴시키므로 부작용이 적다. 또 척추전기자극술은 주로 수술 후 통증, 대상포진 후 신경통, 혈액순환이 안돼 생기는 버거병 등 난치성 통증 치료에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된다.수술실에서 척추에 전극을 박아 몸에 심는 것으로 통증이 생길 때마다 전기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김찬-윤덕미-이상철교수 함께 뽑혀▼

마취 통증 의학 분야에서는 아주대병원 김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윤덕미, 서울대병원 이상철 교수(가나다 순)가 베스트 닥터로 공동 선정됐다. 이는 전국 18개 대학병원의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45명에게 △자신의 가족 가운데 통증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있을 때 진료를 부탁하고 싶고 △최근 3년 동안 진료 및 연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의사를 5명씩 추천받아 집계한 결과다. 세 교수는 거의 똑같은 추천을 받아 집계 방법에 따라 순위가 갈렸으며 지방대 병원 우선 원칙에 따라 김찬 교수를 인터뷰해 소개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문현석, 인봉무, 이효근, 김기엽, 이영철 박사 등 개원의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통증질환 치료 11인의 명의들▼

▼목-허리등 만성통증 치료 정평▼

▽이청(48)=환자의 목이나 허리 통증, 암 통증 등 만성통증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환자에게 기존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신경차단법, 경막바깥전기자극법, 신경바깥유착제거술 등 다양한 통증 치료법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엔 요통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癌 통증-급만성통증 치료 명성▼

▽윤덕미(51)=말기암이나 급·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고주파열응고술 등을 이용한 통증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1973년 세브란스 통증클리닉 개원부터 1986년 대한통증의학회 창설까지 몸으로 뛰며 임상과 연구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일본 군마대 의대와 도쿄의 간토체이신병원에서 통증의학을 연구했으며 대한통증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난치성 중추 통증 양-한방 협진▼

▽이두익(56)=뇌중풍 등 신경손상으로 인한 난치성 중추 통증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또 통증환자들을 위해 동서통증클리닉을 운영해 양한방 협진 치료를 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 부회장 대한체열진단학회 회장 신경병증통증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통증의학 권위 日-中서도 강의▼

▽이상철(50)=1988∼90년 미국 UCLA 의대에서 ‘통증의 세계’를 파고들었다. 이후 척추질환 환자에게 척추에 바늘을 넣어 특수한 파장의 주파수를 쏘아 치료하는 ‘방사주파 열응고술’을 도입했다. 등골을 싸고 있는 바깥막인 경막에 통증이 있을 때 시행하는 경막외강 내시경 신경성형술을 도입하는 등 새 시술법 도입과 관련해 각종 신기록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임상경험이 풍부해 매년 일본과 중국에 초빙돼 강의하고 있다.

▼허리통증 치료 다양한 시술 섭렵▼

▽김경훈(40)=독일에서 척추내시경수술, 영국에서 척추부위 확장수술, 미국에서 척추고정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술을 섭렵한 허리통증 치료 전문가. 특히 디스크 탈출증 환자에게 내시경 수술, 척추뼈가 튀어나온 전방전위증 환자에게 피부를 작게 절개해 뼈를 고정시키는 ‘경피적 후방 고정술’ 등 다양한 시술법으로 요통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신경병증 통증-만성두통 전문가▼

▽문동언(46)=신경병증 통증과 만성두통 치료 전문가. 2001년 후각 장애 환자에게 목 부위에 국소마취제를 주입해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난치성 통증의 병인과 치료관련 논문 3편이 해외저명 학술지에 실렸다. 각종 두통 환자에게 약물, 신경차단, 보톡스 주사 등으로 다양한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척추-뇌신경 부위 임상경험 풍부▼

▽문현석(46)=고주파열응고술을 이용한 척추 및 뇌신경 부위 통증 치료에 풍부한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머리나 목 부위에 고주파열응고술로 치료하고 있다. 또 치료하기 힘든 신경병증 통증에 신경의 손상 없이 선택적으로 통증만을 차단하는 파동형고주파열응고술과 같은 최신 치료법을 도입해 시술하고 있다.

▼풍선이용 ‘미세압박술’ 亞 첫도입▼

▽신근만(42)=목,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영상증강장치를 이용한 디스크와 신경 사이를 정확하게 접근해 통증치료를 하고 있다. 또 고주파열응고술을 이용해 다양한 척추질환 및 신경질환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신경차단술에 머물던 3차신경통 치료에 미세풍선을 이용한 미세압박술을 아시아권에서 처음 도입했으며 이를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정신신경계 약물 임상적용 새지평▼

▽이윤우(50)=1993년부터 2년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동물실험을 통한 급만성 통증, 특히 신경병증 통증의 기전 연구에 주력했다. 기존 진통제로 치료가 힘들 때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 정신신경계 약물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다. 통증의학 분야에서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전문의로 인정받고 있다.

▼기초통증 연구 ‘관삽입술’ 첫 개발▼

▽김용철(42)=1998년 세계 최초로 소를 대상으로 경막 바깥에 가는 관 삽입술을 개발해 기초 통증분야의 연구를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미국 UCLA 의대 척추센터 및 통증관리센터에서 신경차단술의 새로운 접근법이란 주제로 초청강연을 해 호평을 받았다. 현재 한국 희귀·난치성 질환 연합회 의료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허리-다리 통증 日과 공동연구▼

▽심재철(48)=허리와 다리 통증 및 신경병증 통증환자를 대상으로 고주파열응고술 등을 이용한 통증 치료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간토체이신병원에서 연수하고 이들과 활발한 학술교류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한통증학회 정보 이사며 한양대류마티스병원 통증의학과 과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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