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15∼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3위이며 10∼14세에게는 네번째 원인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 따르면 2000년 10만명의 청소년 중 4.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반면 10년 전인 1990년에는 10만명당 6.4명이 자살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년간에 걸친 청소년 자살의 감소는 항우울제 복용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컬럼비아 대학 연구진이 발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은 보건당국에서 나온 청소년 자살률과 미국의 588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0∼19세 청소년이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받은 처방전을 면밀히 분석했다.
이 결과 1990년부터 10년 동안 항우울제 사용이 1% 증가할 때마다 자살률은 매년 0.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련성은 프로작, 졸로푸트, 팍실 등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항우울제 복용자에게서만 발견됐으며 그 이전에 나온 항우울제와는 관계가 없었다.
항우울제 복용과 자살률 사이의 반비례 관계는 남성일수록, 10대 후반으로 갈수록, 저소득층 출신일수록 많이 나타났으나 여성이나 어린 연령의 청소년에게서는 그러한 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난 몇년간 어린이와 청소년의 항우울제 복용이 증가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리가 알아내고자 했던 것은 항우울제가 자살률 감소에 도움이 됐는가 하는 것이며 이번 연구는 그런 관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개개인이 아닌 그룹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연구 방법에 한계가 있었다”며 “강화된 총기 사용규제법과 알코올이나 마약 감소 역시 자살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