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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피플]정신질환 '감성진료'앞장…이홍식 병원장

입력 | 2003-11-02 17:44:00


사회 지도층 인사일수록 정신상담은 더 필요하다. 왜? 그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면 사회가 불안하니까.

11월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연세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이홍식 병원장(53사진)의 생각은 명확하다. 그는 외국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까지도 정신과 전문의를 주치의에 포함시키고 있죠. 그들은 중요한 회의에 배석해 고위 인사들의 심리상태를 점검하고 조언합니다. 그들의 심리적 안전은 곧 국가의 안전이기 때문이죠.”

그는 정부 고위관료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도 정기적인 정신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음에 맞는 CEO들이 3, 4명씩 그룹을 만들어 며칠간 휴양을 겸하면서 정신상담을 받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의 현실은 너무 척박하다.

그는 정신과에 가는 사실 자체를 수치로 여기고 숨겨야 할 행동으로 인식하는 우리 문화가 안타깝다. 그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사회 지도층 인사를 위한 정신상담 프로그램을 연구 중이며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병원=수용소’, ‘환자=미친놈’이란 일부의 인식에 대해 할 말이 많다. 누구나 가족 3대 중 한 명은 진지하게 정신상담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도 이런 인식 때문에 꺼린다는 것. 그래서 그가 2001년 3월 병원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조치가 정신병원이란 이름을 정신건강병원으로 바꾼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일화 하나.

그가 병원장으로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한 동료 교수가 그를 보고 “어이. 정신병원장. 축하하네”라고 했다. 그는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무안해진 교수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그는 “정신병원이 아니네. 정신건강병원이지. 의사부터 그런 생각을 고쳐야 일반인도 고치지”라며 나무랬다. 현재 이 병원의 모토가 ‘감성 진료’인 것도 이 때문이다. 환자를 ‘미친놈’으로 보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5만여 평의 녹지가 펼쳐진 병원 어디에도 울타리가 보이지 않는다. 중증 격리환자를 빼면 아무 때나 병동 내 어디를 가도 상관이 없다. 직원과 환자가 함께 어울리며 족구나 농구를 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가 새로 추구하는 것은 맞춤치료. 이를 위해 정신분열증, 조울증, 약물중독, 스트레스, 노인 등 5개의 세부 영역으로 진료 분야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마세요. 그리고 병으로 인정하세요. 그러면 자신이 생깁니다. 병원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