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학병원 레지던트인 문 선생은 요즘 입술이 부르트고 졸기 일쑤다. 주변에서는 “밤에 너무 무리하지 말라”며 놀리지만 원인은 그게 아니다. 세 살 난 아들 녀석 때문이다.
밥도 잘 먹고 잘 놀던 아이가 서너 달 전부터 새벽 2시경만 되면 잠이 깨 이유도 없이 우는데 아무리 달래도 그칠 줄 모른다. 1시간 이상 울고 난 다음에야 겨우 멈추는 데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도 지쳐 파김치가 된다.
아이가 심하게 우는 것을 한방에서는 ‘야체증’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는 방안의 온도가 너무 차거나 더울 때, 아이의 입안 또는 혀에 염증이 있을 때, 괴상한 물체나 무서운 것을 보고 놀랐을 때 발병한다고 적혀있다. 생후 한달 이내 나타나는 야체증은 태열이나 태독이 풀어지면서 생긴 것으로 약을 쓸 필요가 없고 오히려 좋은 징조이니 걱정하지 말라 했다.
명의 허준 선생은 “야체증은 심장이 약하고 열이 많은 체질의 아이가 수시로 놀라거나 낮에 무서움을 느꼈을 때 발생하며 매미 허물과 ‘경면주사(일종의 광물성 약)’를 쓰면 좋다”고 했다.
예전에는 밤에 아이가 울면 할머니들이 ‘영사’나 ‘경면주사’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였다. 요즘도 가끔 그런 엄마들을 볼 수 있는데 효과는 있지만 이들 약재를 지나치게 많이 먹이면 좋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한의사의 처방을 반드시 받는 게 좋다.
야체증은 이 밖에 낮에 너무 신나게 놀아 체력이 떨어졌거나 심하게 야단을 맞아 스트레스가 많을 때, 흥분하는 일이 있었을 때 잘 발생하므로 엄마들은 아이들의 평소 생활을 잘 관찰해야 한다. 아이들의 감정을 평온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야체증은 상당부분 치유될 수 있기 때문.
문 선생 아들의 경우 허약체질에다 심장의 허열이 많은 상태였다. 아이를 야단치지 말고 밖에서 노는 것을 줄이라고 권한 다음 대추와 산대추의 씨(산조인), 연꽃 씨(연자육) 그리고 열대과일의 일종인 용안육이란 약재로 처방했다. 나중에 증세가 거의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간혹 아기가 울음을 안 그치면 손가락을 바늘로 따는 경우가 있는데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좋지 않다. 오히려 아이의 손바닥을 엄지손가락으로 문질러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윤영석 춘원당 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