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 ‘2003 여성 엑스포’에 마련된 취업박람관에서 여성들이 취업정보를 찾고 있다. 이훈구기자
《“여성은 차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카몽이’를 달면 20여개 주요 자동차 부품의 교체시기를 자동으로 알려줘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대서양홀.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운 주부, 서류 봉투를 두 손에 꼭 쥔 여대생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이 몰려들었다. 국내 최초로 여성전용용품 박람회인 ‘2003 여성 엑스포’가 열린 것.》
행사를 주최한 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와 중소기업청은 “‘여성기업 우수상품전’과 같은 행사는 있었지만 여성을 대상으로 개발된 상품으로 박람회를 여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협회의 정태성 과장은 “여성의 사회 활동이 늘어나면서 소비의 주도권을 여성이 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어떤 기업이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70여개 참여업체가 내놓은 여성전용 상품은 패션과 액세서리, 모발용품, 건강용품 등이 주류. 여성들은 한의사들이 직접 개발한 한방화장품, 붙이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다이어트 상품 등에 관심을 보였다.
여성의 취업을 돕기 위해 30개사가 참가해 330여명을 뽑기로 한 취업박람회도 이색적으로 진행됐다. 여느 취업박람회와 달리 채용정보뿐 아니라 면접 관리를 위한 화장법과 복장관리 그리고 인성·적성 검사 등도 안내한 것.
여성 화장품 ‘에뛰드’의 강사는 여대생에게 면접 때의 화장법을 안내하며 “면접에 나갈 때는 얼굴이 부어 보이는 붉은 계열의 화장은 피하는 게 좋다”며 “그런데 오늘 인터뷰도 하실 건가요”라고 물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장을 찾은 여성 관람객들 중에는 불만스러워 하는 표정도 많았다.
다섯 살 된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이모씨(30·서울 강남구 삼성동)는 “주부의 최대 관심사인 가정용품이나 자녀 대상 용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업체도 지나치게 제한됐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관람객을 배려했다면 협회의 회원이나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참여했어야 했다”며 “회원들의 항의가 예상돼 추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의를 빼먹고 취업행사에 왔다는 숙명여대 영문학과 이모씨(23·서울 강서구 등촌동)는 “중소기업이라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직종이 소개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학습지 교사, 은행이나 변호사 비서 등이 주로 소개돼 아쉬웠다”고 말했다.
20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한 시간가량 행사장을 둘러본 한모씨(33·서울 은평구 수색동)는 “행사 안내 홈페이지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여성 관람객을 위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키즈랜드’를 운영한다고 소개했으나 현장에는 없었다”며 “사소한 약속이라도 어기면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