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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박치항/이젠 ‘인터넷 保安강국’으로 가자

입력 | 2003-11-02 18:21:00


박 치 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보호연구본부장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해커 역추적 기술이 개발됐다고 해서 화제다. 인터넷 사용 환경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앞섰지만,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인한 고민도 적지 않은 우리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커 역추적 기술이란 공격 시스템의 위치와 해킹을 시도하는 해커의 위치가 서로 다르더라도 해커의 실제 위치, 즉 공격의 근원지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해킹은 컴퓨터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침입해 기밀정보를 탐지하거나 컴퓨터의 정상적인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해킹보다 더 네티즌을 괴롭히는 것이 바이러스와 웜이다. 바이러스 감염은 어느 한 시스템에 국한되지만 웜은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시스템으로 전파되는 특성이 있어 단순 바이러스 감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피해를 낳는다.

초고속 인터넷망이 발달한 우리의 경우 피해가 더 크다. 1월 25일 인터넷 침해 사고 당시 우리나라는 웜이 초고속망을 타고 급속히 전파돼 세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당시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이 수백억원대, PC방들은 225억원대의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TV대담에 나온 젊은이들은 인터넷이 마비된 2, 3일간 세상이 허황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인터넷 보안 확립이 시급하다. 보안은 총합개념으로 이해되고 다뤄져야 한다. 보안체계 보안문화 보안기술의 세 가지 요소가 골고루 갖춰질 때 실질적인 보안기능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보안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미국의 경우 사이버 보안은 정부 단독으로 이룰 수 없는 것임을 환기시키고 모든 국민이 자신의 사이버 공간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제시해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인터넷 강국’이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보안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인터넷에 관한 한 벤치마킹 대상이 없는 우리로서는 이제 눈을 돌려 안전성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초고속 인터넷을 활용해 인터넷 보안에 집중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이를 우리의 인터넷 응용 기술과 접목시킨다면 인터넷 수출국가로 발돋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얼마 전 알제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알제리는 사막이 많고 국토가 넓어 위성과 무선을 통한 통신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국토가 한반도의 열 배가 넘는 이 나라는 교사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는 데다 그나마 도시에 집중돼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원격교육과 원격진료를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로 설정한 것이다. 알제리측은 이 같은 정보기술(IT)분야의 중장기 기술개발사업에 IT 강국인 한국의 참여를 요청했는데, 그 전제로 양국간에 형제와 같은 신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제리측이 ‘신뢰’를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터넷을 통한 원격진료 전자상거래 전자정부 시스템은 신뢰, 즉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편리함은커녕 부작용만 양산해 인터넷 무용론을 낳을 수 있다. 이번 해커 역추적 기술 개발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진정한 인터넷 보안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박치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정보보호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