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으로 주택 관련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 재산세나 종합토지세 등 부동산 보유세 과세 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데다 보유한 부동산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인 ‘부동산 부자’들에게 물리는 ‘종합부동산세’도 신설되기 때문.
여기에다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중과(重課)하기 때문에 집을 많이 보유할수록 세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집을 살 때 내는 세금도 늘어날 듯=정부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집을 살 때 내는 세금인 취득세와 등록세는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중장기 대책으로 이들 세금을 실거래가격이 6억원 이상인 투기지역 내 고가(高價)주택에 한해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이들 세금은 실거래가보다 낮은 취득자 신고 금액이나 지방세 과세 시가 표준액(토지과표는 공시지가의 일정비율, 건물과표는 m²당 17만원 중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이 때문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표가 낮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예컨대 실제 6억원에 산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고 신고하면 3억원에 대한 취득세(농특세 0.2%를 포함하면 2.2%)와 등록세(지방교육세 0.6%를 포함하면 3.6%) 합계는 1740만원이다. 하지만 실거래가로 세금을 매기면 6억원에 대해 세율 5.8%가 적용되기 때문에 3480만원이 된다.
▽보유세는 수십배 오를 가능성도=내년부터 재산세 과표 산정 때 적용되는 가감산율(加減算率)이 면적 기준에서 평가액이 비싼 국세청 기준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또 가감산율 최고 한도를 60%에서 100%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땅에 붙는 종합토지세의 경우 전국 평균 과표 현실화율이 현행 36.1%에서 39.1%로 높아진다.
따라서 올해 공시지가가 30∼40% 오른 서울 강남권은 인상된 과표 현실화율까지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종토세 과표는 34∼52% 급등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형 재산세는 올해 8만7000원에서 내년에는 17만3000원으로, 종토세는 18만4000원에서 33만9000원으로 오른다. 여기에 가감산율을 100%로 올릴 경우 재산세가 22만8000원으로 뛴다.
2005년부터는 종합부동산세가 새로 도입돼 일정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적용한다. 종합부동산세는 당초 땅에 대해서만 적용키로 했지만 건물에도 부과키로 했다. 땅이 많은 사람은 물론 집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보유세를 무겁게 물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국 주택을 개인별로 합산해 누진세율을 매기거나, 집 주인이 살지 않는 주택에 누진세율이나 최고세율(7%)을 부과하거나, 집과 부속 토지를 한데 묶어 중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방침이 비(非)거주 주택에 대한 최고세율 부과로 결정되면 해당 주택의 재산세는 지금보다 수십배 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5평형을 실제 살지 않고 투자용으로 갖고 있다면 올해 재산세는 28만원에 불과했지만 내년에는 99만원, 2005년에는 524만원으로 오른다.
▽팔 때 내는 양도세도 마찬가지=정부는 2005년부터 주택을 3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집을 팔고 양도세를 낼 때 적용하는 세율을 60%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는 과표에 따라 실거래가 기준으로 9∼36%이다.
또 부동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 투기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에 한해 탄력세율(15%포인트)을 추가로 적용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3주택보유자에게 적용하는 세율은 최고 82.5%(주민세율 7.5% 포함)까지 높아진다.
가령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A아파트 34평형을 5억5000만원에 사서 1가구3주택자가 된 사람이 7억원에 팔았을 때를 가정해보자.
현재는 양도차익 1억5000만원에서 취득, 등록세 등 각종 비용 2000만원을 뺀 과표 1억3000만원에 대해 양도세 3860만원(누진공제 포함한 양도세율 27%+주민세율 7.5%)이 붙는다.
그러나 세율이 82.5%까지 높아지면 양도세는 1억730만원으로 높아진다. 양도세 부담이 약 2.8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