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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03]獨 다임러크라이슬러 공장 르포

입력 | 2003-11-03 17:34:00


《‘열정과 자부심, 그리고 팀워크.’ 세계적인 자동차그룹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문화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독일 남서부 슈투트가르트 본사와 인근 진델핑겐 공장 등을 취재하면서 만난 이 회사 임직원들도 한결같이 이를 강조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최대 생산시설인 진델핑겐 공장. 매년 40만대 이상의 승용차가 생산되는 이곳에서는 3만1000명의 근로자를 비롯해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모두 4만1000여명이 일한다.

공장을 찾았을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근로자들의 활기차고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목구멍에 풀칠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일한다는 어두운 느낌을 주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최대 생산시설인 진델핑겐 공장에서 다양한 분야의 엔지니어와 현장 근로자, 부품공급업체 직원 등이 대량생산을 앞둔 ‘디자인 모델’ 차량의 부품과 규격 등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사진설명 다임러크라이슬러

한스위르겐 쿤레 차체 및 조립 담당 이사는 “우리는 오랜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책임감과 팀워크를 존중하며 최고 수준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보 마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도 “다른 세계 주요 자동차회사와 가장 다른 점은 자동차에 대한 열정”이라고 자신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독일 다임러벤츠가 1998년 미국 크라이슬러를 53 대 47의 비율로 합병해 출범했다.

모회사인 다임러벤츠에는 ‘최고(最高)가 아니면 만들지 않는다(Das Beste, oder Nichts)’라는 정신이 면면히 내려온다. 실제로 자동차분야 주요기술인 △에어백 △ABS(Anti-lock Braking System) △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 등이 모두 이 회사에서 처음 개발됐다. 기술혁신 의지와 도전정신은 업무개선을 위한 직원들의 연간 제안이 진델핑겐 공장에서만도 5만여건이나 된다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노조 문제’로 적지 않게 골치를 썩는 독일이지만 이 회사의 노사관계는 상당히 원만하다. 가끔 임금수준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있지만 대화로 해결됐다. 최근 몇 년간 심각한 분규를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미래에 대한 준비도 철저하다.

디자인센터에서는 21개국에서 모인 디자이너들이 ‘자동차를 막상 살 때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결정한다’는 신념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디자인 개발에 땀을 흘린다. 신기술 개발의 산실인 R&D센터에서는 차세대 연료전지 차량을 비롯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요아힘 슈미트 메르세데스벤츠 담당 수석부사장은 향후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고급 브랜드 가치의 유지 및 강화 △다양한 차종의 생산 포트폴리오 △전문적 판매망 구축을 들었다. 또 앞으로 중요한 시장으로 커갈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늘도 있다. 합병의 결과가 아직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 관계자들은 합병의 후유증을 애써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옛 크라이슬러의 경쟁력이 당초 예상보다 더 낮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고급 품질’을 자신하다 보니 마케팅 측면에서는 다소 몸집이 무겁다는 시각도 있다.

기존의 강점을 지켜나가면서 새로 떠오른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있는 것 같았다.

슈투트가르트(독일)=권순활기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