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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세이]이화식/코골이, 놔두면 더 큰 病

입력 | 2003-11-03 18:29:00


예로부터 코를 고는 것은 숙면의 대명사, 즉 건강의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남자가 코를 골면 대장부답고, 어린이가 코를 골면 귀엽다고 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코골이가 가족에게 소음 피해를 주는 정도가 아니라 본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질병이란 사실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곤이나 스트레스, 감기, 음주 등의 이유로 건강한 사람에게 일시적으로 생기는 코골이는 예외지만 말이다.

사실 코를 고는 동안은 곤히 자는 것이 아니다. 코골이는 코에서 목에 이르는 상기도의 어딘가가 좁아져 힘들게 숨을 쉬는 현상이고, 그 부위가 막히면 무호흡으로 이어진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무호흡이라 하는데, 무호흡이 1시간에 5회 이상 있거나 7시간 수면 중 30회 이상 있는 경우를 수면무호흡증이라고 한다.

보고에 따르면 코골이는 30∼35세 남성의 20%, 여성의 5% 정도에서 나타나고, 나이가 들수록 늘어나 60세에 이르면 남성의 60%, 여성의 40%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중년 남성의 3∼4%, 중년 여성의 2%에서 나타난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는 시간이 길더라도 코골이로 인해 얕은 수면을 하고 수십 번씩 호흡정지가 반복되면 낮 동안 만성적인 피로와 졸음이 엄습하게 된다. 이는 개인생활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업무력이나 학업성적의 저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수면 중 호흡정지가 계속되면 동맥혈 산소포화도가 심하게 줄어들어 고혈압, 부정맥, 허혈성심장질환, 심부전증, 뇌중풍 등과 같은 순환기질환이 생기기 쉽다. 또 당뇨병의 원인인 인슐린 부족상태로 발전할 수도 있고 폐질환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는 동안 갑자기 사망하는 돌연사(突然死)의 원인 중 하나로 수면무호흡증이 거론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에 비해 고혈압은 2배, 부정맥은 2배, 관상동맥질환은 3배, 뇌혈관질환은 4배, 교통사고는 3∼7배나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졸음운전은 절대 수면시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오래 잤더라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양질의 수면을 취하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을 동반하는 코골이는 낮 시간 졸음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래서 대중교통 운전사나 장시간 운전자는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코골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수면장애를 심각한 문제로 간주해 광범위한 분야에서 조사와 연구를 하고 있으며, 2000개 정도의 수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수면장애로 인한 경제손실이 연간 700조원 이상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은 증상을 확실하게 알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개선된다. 원인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비만도를 측정하고, 상기도의 해부학적 구조에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며, 확정 진단을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한다. 그런 다음 증상에 따라 생활습관 개선에서부터 구강 내 장치나 지속성 양압호흡기(인공호흡기) 사용, 환자의 상태에 맞는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코골이가 더욱 심해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코골이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도 조용한 밤을 선사하는 것이 어떨까?

이화식 해맑은이비인후과 원장·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