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주요 전투 종료 선언’ 6개월 만에 이라크전의 양상이 급격히 변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전략이 기로에 섰다.
최근 6개월 동안 이라크에서는 미군 239명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급증했다.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이 투숙한 호텔과 유엔 및 국제적십자사 시설에 대한 공격, 미군 헬기에 대한 미사일 공격 등 저항세력의 반격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와 미 군정 당국간의 갈등마저 심각해 미국의 이라크 전략 수정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 입장=부시 대통령은 3일 앨라배마주 버밍햄에서 가진 중소기업인과 지역사회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라크의 적들은 미국이 도망칠 것으로 믿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은 결코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렌트 더피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우리의 의지와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면서 “테러전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적들과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갈등과 여론 악화=상당수의 이라크 과도통치위원들이 폴 브리머 이라크 군정 최고행정관 주재회의 참석을 거부하는 등 과도통치위와 군정당국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과도통치위에 권한과 책임을 더 넘기겠다고 발언, 이라크 정책의 ‘중도 수정’을 시사한 것은 다행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갈등봉합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2일 발표된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1%나 됐다. 이는 6개월 전보다 2배나 늘어난 것이며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 지지도가 5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전략 수정 전망=미국은 전쟁 전 내부적으로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지금쯤 6만명 규모로 줄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아직도 12만명 이상을 주둔시키고 있다.
보스턴대에서 국제관계를 강의하는 앤드루 바세비치(예비역 대령)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단호히 부인하고 있지만 출구를 찾고 있다”면서 “정치 시즌(대선 예비선거)이 다가오면서 백악관 내에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공화국수비대 등 옛 이라크 군대를 다시 끌어들여 경찰과 함께 치안업무를 맡기는 등 이라크인에게 치안업무를 대폭 넘기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2일 “옛 이라크 군대의 일부를 새로 재건되는 군대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 쪽에서는 당장 병력을 철수할 수 없는 만큼 미군의 역할을 국제사회에 대폭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나오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미군은 이라크 평화를 정착시킬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병력 등 추가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군이 이라크에서 즉시 철수해서는 안 된다”면서 “유엔이 NATO와 함께 보안활동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전략 수정을 제안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